정부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10년 넘게 논란의 중심에 있던 이른바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동통신사들의 경쟁을 촉진해 국민 통신비 부담을 줄이는 실효성이 나타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는 22일 민생 토론회를 열고 국민생활과 밀접한 대표 규제 중 하나로 단통법을 지목하고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단통법을 폐지해 지원금 공시와 추가지원금 상한을 없애기로 했다”면서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국민의 휴대전화 구매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단통법은 2014년 10월 1일 시행됐다. 당시는 소비자가 통신사 대리점에서 휴대전화 단말기를 살 때 가입 유형이나 장소에 따라 누구는 싸게 사고, 누구는 비싸게 사는 일이 빈번했다. 정부는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을 줄이고, 국민이 부당한 차별을 받는 일을 줄이겠다며 동일한 단말기 지원금을 받도록 이 법을 제정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단말기 별로 정해진 지원금을 공시한 대로 모든 소비자에게 똑같이 판매해야 했다.
시행 초기 단통법은 지원금을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게 적용해 정보 비대칭에 따른 ‘호갱’(이용만 당하는 고객의 시쳇말)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스마트폰 보급이 급속도로 이뤄지면서 이동통신사 간 출혈경쟁이 펼쳐졌다. 이때 보조금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은 시기나 지역을 골라가며 싼 가격에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었다. 반면 정보에 둔감한 소비자들은 보조금을 충분히 받지 못해 비싸게 휴대전화를 구매해야 했다. 출혈경쟁으로 줄어든 수익을 일부 정보에 둔감한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도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오히려 단통법이 가격 인하를 막는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단통법 때문에 낮은 지원금이 책정돼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동통신 3사가 적극적인 보조금 경쟁을 하지 않아 국민들이 단말기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됐고 소비자 후생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계에서는 단통법 폐지 이후의 이해득실을 계산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이 시장 경쟁 활성화와 고객 선택권 확대를 저울에 올려두고 어떤 점을 개선해야 할지 검토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단통법 폐기 시점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아 ‘총선용 선심 쓰기’로 끝날 우려도 제기한다. 정보 검색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고령자는 여전히 휴대전화를 비싸게 살 가능성이 크다는 점, 자본력을 갖추지 못한 중소 유통망의 경우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점 등 부작용 우려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소비자 및 업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세부 계획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