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열 초점] “올해도 힘들 것” 허리띠 죄는 게임사들

입력 2024-01-24 04:02

늪이 주는 공포는 깊이를 헤아릴 수 없다는 데에 있다. 지난해 게임사들은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침체의 골을 겪었다. 걱정이 큰 건 올해도 상황이 썩 나아지지 않을 거란 비관론 때문이다. 반등에 안간힘을 쓰는 게임사의 고군분투에서 생존의 치열함이 느껴진다.

국내 게임산업의 부진은 주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국증권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 주가를 추종하는 ‘KODEX 게임산업’은 언택트 호재와 풍부한 유동성이 겹친 2021년 1980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다가 최근 5700원대로 떨어졌다. 3배 이상의 추락이다.

게임사들의 주가 하락은 실적 하향세가 고스란히 반영된 정직한 결과다. 창사 후 수십년 만에 첫 적자를 기록한 게임사가 있는가 하면 이제는 폐업을 고려할 정도로 적자 폭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진 곳도 있다. 갑진년 새해부터 인력 감축의 메스를 들었다는 소식도 적잖이 들려온다.

불과 몇 년 전 게임을 출시했다 하면 벌이가 보장됐던 것과는 딴판이다. 코로나19 초저금리 시대엔 무엇을 하든 성공한다는 기대가 버블처럼 부풀어 올랐다. 산업계는 메타버스, 인공지능, 엔터테인먼트 등으로 유례없는 확장기를 경험했다. 하지만 근래 ‘메타버스’란 용어는 금지어가 된 듯 간 데 없이 실종됐다. 투자금이 메말랐기 때문이다.

올해 산업 전망은 그리 밝진 않다. 미 연방준비제도에서 3회 이상 기준금리 인하를 예고하고 있지만 당초 한국과 금리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탓에 정부의 부양 정책은 안갯속이다. 더군다나 게임 산업은 경기를 후행하는 경향이 크다. 경제 여건이 나아져도 곧장 게이머들의 지갑이 열리리라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 제법 선방했던 몇몇 게임사들도 올해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맬 거란 소식이 들려온다.

비로소 냉정하게 게임사의 본업이 무엇인지 돌아보는 분위기다. 게임사가 가장 잘 하는 건 결국 게임 제작이다. 한 중견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작년보다 올해가 더 힘들 거란 얘기가 많다”고 전했다. 다른 대형 게임사 관계자는 “작년에 실적이 좋았어도 올해엔 몸을 사리고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면서 “잘하고 돈 되는 것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