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가 1년 걸릴 일을 단 1분이면 해결 할 수 있다.”
올해 1월 1일, 새해 벽두부터 프랑스 법조계는 이 같은 홍보 문구를 내세운 ‘아이 아보카(I.Avocat)’ 애플리케이션(앱) 출시로 술렁였다. 이 앱은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와 유사한 방식으로 법률 상담을 제공한다. 지난 50년간 나온 프랑스 법원 판결을 기초자료로 사용한다고 앱은 소개하고 있다. ‘손끝의 가상 변호사’를 표방한 서비스의 등장에 파리지방변호사회는 ‘자격증 없는 변호사 업무는 불법’이라며 개발자 측에 서비스 중단을 요구하는 정식 공문을 보냈다.
AI는 이미 민간 법률시장의 리걸테크(Legal-Tech·법률산업과 과학기술 합성어) 영역에 도입돼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AI는 판결문 추천이나 의견서 요약부터 소송 결과나 형량을 예측해주는 상담 분야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AI가 기존 로펌에서 저연차 변호사가 맡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I 서비스의 정확성 및 리걸테크 업체와 기존 법조 직역 단체와의 갈등이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해외에선 2011년 설립된 캐나다의 리걸테크 기업 ‘키라 시스템즈’가 기업의 각종 계약서 등에 있는 불공정 조항 유무를 시각화해 제공하는 AI 분석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이를 사용한 한 미국 로펌은 프로젝트 수행 인력당 근무량이 48% 감축됐다고 한다.
국내에선 대형 로펌 중심으로 AI 기반 리걸테크를 일상 업무와 결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판결문 등 문서 검색·분류와 외국어 번역 등 비교적 단순 문서 작업은 AI에 맡기고, 변호사들은 소송 전략 수립 등 업무에 주력하는 식이다.
법무법인 태평양과 광장은 업무에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솔루션을 도입해 법령 및 문서 조회, 서류 발급 시간을 절약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AI가 의견서, 소장 등 법률 문서를 정확하게 분류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별도의 리걸테크팀 ‘e율촌’을 가동하고, 음성 문자 변환 기술을 도입해 영상에서 텍스트를 자동으로 뽑아내 주는 AI 시스템을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은 해외 판결문이나 계약서를 번역하는 ‘랭귀지 위버’를 운영하고 있다. 내부의 데이터베이스로 번역 수준을 향상시키는 도구인 ‘트라도스’를 도입했다. 두 도구를 함께 사용해 번역 결과물을 AI 엔진에 학습시키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광장도 법률서비스 전문 AI 번역 솔루션을 구축해 업무에 활용 중이다.
신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