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기재부, 현장방문 신청받는다더니… ‘민원 몰릴까’ 쉬쉬

입력 2024-01-22 04:02

기획재정부가 최근 도입한 현장방문 신청 플랫폼에 10일간 신청이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다. 단순 민원성 신청이 쏟아질 것을 우려한 기재부의 지나친 ‘소극 홍보’가 초래한 결과다.

21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근 신설된 ‘현장, 기재부가 갑니다’ 서비스를 통한 방문 신청은 19일 기준 0건이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홈페이지 한쪽에 해당 코너를 개설하고 여러 기업·협회·단체의 현장 방문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장을 강조하는 대통령실 기조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정책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이 원하는 바를 현장 중심으로 파악해 빨리 해결하는 것이 바로 신뢰받는 정부, 유능한 정부가 되는 길”이라며 ‘현장 예찬론’을 펼쳤다.

‘기재부가 갑니다’의 핵심은 ‘상향식 현장 방문’이다. 기존엔 부처 직원들이 먼저 적당한 현장을 물색했다. 새 플랫폼에선 정부에 목소리를 전하고 싶은 당사자가 방문을 신청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컨대 협동조합, 기업, 양육시설 등에서 신청하면 담당 실·국이 적정성을 검토해 현장 방문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송 중인 사안이나 단순 민원은 신청 대상에서 제외된다.

문제는 이 같은 내용이 제대로 전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새 플랫폼을 알리는 보도자료는 배포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카드뉴스 형태로 한 차례 관련 내용이 공지된 상태다. 현장에서 새로운 제도가 생겼다는 사실을 인식하기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이 같은 ‘소극 홍보’는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개적으로 홍보했다가 자칫 민원성 신청만 쏟아지면 어떡하냐는 내부 우려가 있다고 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나름대로 제도 도입을 알리고 활용을 권하고 있다”며 “운영이 궤도에 오르면 보도자료를 내고 정식으로 홍보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세종=이의재 기자 sentin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