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틴 방북이 불러올 북·러 군사적 밀착, 우려된다

입력 2024-01-22 04:03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을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 가능성이 높아졌다. 크렘린궁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일정 조율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고,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푸틴이 최선희 외무상에게 빠른 시일 안에 방북할 의사를 표명했다고 보도했다. 일정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러시아 최고권력자가 24년 만에 북한을 찾아가는 것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는 의미다. 북·러의 밀착 행보는 결국 무기거래와 핵·미사일 기술 전수를 뜻하고,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유엔을 통한 대북제재의 기본틀마저 허물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북·러 군사협력은 갑자기 깊어가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동북아지역의 평화 유지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에 마지못해 참여했지만 북한의 도발에도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적으로 고립되고, 무기마저 바닥나자 서둘러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나섰다. 북한은 현재 다연장로켓(방사포)과 각종 포탄, 심지어 단거리탄도미사일까지 러시아에 제공하고 있다. 대가는 핵·미사일 기술 이전이다. 지난해 9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톡에서 푸틴을 만난 직후 북한은 실패했던 군사위성 재발사에 성공했다. 대기권 재진입, 핵무기 소형화, 극초음속미사일 등 첨단 무기체계와 기술을 러시아가 제공한다는 의심을 거둘 수 없다.

우리로서는 고조되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더욱 단단히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어떤 군사적 도발에도 압도적 대응력을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동시에 불의(不義)의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와의 ‘더러운 거래’를 불사하며 핵전쟁 운운하는 김정은을 상대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이 처한 경제난과 주민들의 고통을 고려하며 북한의 의도가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 대선을 겨냥해 벼랑 끝 전략에 다시 나선 것인지, 경제난에 따른 내부 동요가 임계점에 달해 잘못된 도박에 나설 가능성은 없는지까지 치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도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지 우호적이었던 한·러 관계를 최대한 유지하며 종전 이후를 유연하게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