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득실 따지느라 선거제 결정 미뤄… “불신 키워”

입력 2024-01-22 04:03

오는 4월 10일 총선이 22일 기준으로 고작 79일 남았지만 여야는 득실 계산 주판알을 돌리느라 비례대표 선거제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 득표율을 국회의원 정수(300석)와 연동해 지역구에서 얻은 의석이 정당 득표율에 못 미치면 이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워주는 방식이다. 소수정당의 국회 진입을 쉽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지만 ‘위성정당’들이 출현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부작용을 차단하기 위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했고, 더불어민주당은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를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본소득당 등이 최근 민주당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하며 사실상 위성정당 카드를 내민 것이 변수로 등장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9일 “우리 당은 병립형으로 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지금의 잘못된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라면 우리 당으로서는 플랜B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플랜B’라는 표현을 통해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2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 4년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 것을 보면 완전히 실패작”이라며 “이런 4년에 대한 반성은 안 하고 ‘준연동형으로 한다, 비례연합정당으로 만들자’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것은 정말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이어 “2020년 총선 때 논란 속에 위성정당이 만들어졌고, 이 위성정당을 통해 들어왔던 의원들의 면모를 보면 부정부패와 비리에 연루됐거나 ‘특권을 해체하겠다’고 해놓고서는 결국 온갖 특권을 다 누리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 역할을 한 열린민주당 소속 최강욱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들에 대한 허위 인턴확인서로 유죄 판결을 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열린민주당 출신 김의겸 의원은 ‘청담동 술자리’ 등 온갖 의혹을 제기하고 면책특권 뒤에 숨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는 “정치권이 비난을 받더라도 실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은 여야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며 “위성정당이 또다시 난립한다면 한국 정치의 후진적 체제가 그대로 드러나는 꼴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1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월 1일 국회 본회의에서 비례대표 선거제 내용을 담은 선거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설 연휴 이후까지 늦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김영선 박장군 신용일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