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마저 대만에 밀렸다… 韓 6대 산업 수출 점유율 하락

입력 2024-01-22 04:05

정부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6대 첨단산업의 수출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대만 등 경쟁국과의 순위 경쟁에서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수출 효자’ 정보기술(IT)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21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국제무역위원회(ITC) 통계를 활용해 6대 국가첨단전략산업(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미래차·바이오·로봇) 수출시장 점유율을 비교한 결과 한국은 2018년 8.4%에서 2022년 6.5%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독일은 8.0%에서 8.3%로, 대만은 5.9%에서 8.1%로, 미국은 7.7%에서 7.6%로 각각 점유율이 변해 한국을 앞질렀다. 특히 반도체 수출시장에서 대만에 점유율을 상당 부분 내준 대목이 뼈아프다. 2022년 한국의 반도체 수출시장 점유율은 9.4%로, 2018년 13%에서 3.6% 포인트나 떨어졌다. 이 사이 대만은 11.2%에서 15.4%로 점유율을 크게 늘리면서 한국을 제치고 1위 중국(15.7%)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 디스플레이법 등 주요국의 강력한 지원 속에 글로벌 기술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상황”이라며 “정부의 전향적인 대책 없이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수출 경쟁력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IT 제품 수출은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디스플레이·스마트폰 등 IT 제품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1%로 집계됐다. 이는 1993년(16.5%)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 수치가 20%를 밑돈 것은 1994년(18.8%) 이후 처음이다.

한국 수출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진의 여파가 컸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전년 대비 23.7%나 줄었다. IT 제품의 생산 거점을 해외로 이전한 영향도 있었다. 스마트폰 등 무선통신 기기는 반도체와 자동차에 이어 한때 3위 수출품이었으나 지난해 10위까지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베트남과 인도 등 해외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LG전자는 중국에서 노트북 등을 만들어 판다. 장상식 무협 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 IT 수출의 대부분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경기에 특히 민감한 중간재인데 해외 수요 부진 영향이 큰 폭의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며 “최종 IT 제품 생산지의 해외 이전 요인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