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올해 ‘최애’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MS)가 될 전망이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투자하려는 발걸음이 MS로 향하고 있어서다. MS는 오픈AI의 최대주주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1월 2일~19일) 미국 증시의 국내 투자자 순매수 1위 종목에 MS가 이름을 올렸다. 이 기간 순매수 규모만 1억4952만 달러(약 2000억원)로 테슬라(1억169억 달러)나 반도체 레버리지 ETF(8958만 달러)의 순매수 규모를 제쳤다.
MS에 투자하는 것은 국내에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MS는 지난 11일(이하 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2년 2개월 만에 애플을 제치고 시가총액 1위에 올랐다. 이들의 운명을 바꾼 것은 AI다. 올해 빅테크의 차세대 성장 동력이 AI일 것으로 전망되는데 MS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지분을 갖고 있어 유리한 고지에 올라섰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오픈AI는 2015년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창업했다.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의 이해관계를 이유로 오픈AI에서 빠져나오면서 그 빈자리를 MS가 꿰찼다. MS는 올해 초까지 세 번에 걸쳐 총 130억 달러(약 17조원)을 투자해 오픈AI 지분 49%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지난 10일 오픈AI가 AI 챗봇을 사고팔 수 있는 ‘GPT 스토어’라는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MS의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오픈AI는 최근 하드웨어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 오픈AI가 AI 반도체 개발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투자자, TSMC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서학개미의 원조 ‘최애’ 종목은 전기차 업체 테슬라였다. 2020년(131억4628만 달러)과 2021년(184억8676만 달러) 2년 연속 순매수 1위를 차지했다. 2022년에는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 ETF(27억445만 달러)’에 1위를 내줬지만 근소한 차이로 2위(26억9515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전기차 성장세 둔화와 금리 인하 기대감으로 미국 장기 국채에 투자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국채 ETF’(11억1412만 달러)가 순매수 1위에 올랐다. 추후 금리가 내려가게 되면 채권 가격이 올라 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올해 들어 예상과 달리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신중론이 나오면서 차세대 성장 분야인 AI에 투자금이 이동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유럽연합(EU)이 MS의 오픈AI의 투자가 독점에 해당하는지 따져보고 있는 것은 주가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EU 경쟁총국은 9일 “MS의 오픈AI 투자를 EU 기업결합 규정에 근거해 재검토할 수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