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사업 한다더니 ‘깡통’… 주가 조작꾼 개입 정황

입력 2024-01-19 04:04
연합뉴스

이차전지와 인공지능(AI) 등 인기 테마 사업에 진출한다고 허위 공시하고 이를 주가 띄우기에 활용한 ‘무늬만 신사업’ 상장사가 다수 적발됐다. 이런 상장사 상당수에 무자본 인수합병(M&A) 세력 등 주가 조작꾼들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 금융 당국은 엄정 조치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은 신규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를 집중적으로 점검한 결과 지난해 7건을 적발해 검찰에 넘기고 13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18일 밝혔다. 지난해 적발된 상장사 7곳 가운데 6곳은 이미 상장폐지되거나 매매가 정지됐다.

적발된 상장사들은 이차전지와 AI, 빅데이터 등 특정 테마가 인기를 얻자 추진 의사나 능력이 없음에도 관련 사업에 진출할 것처럼 꾸미고 주가가 오르자 보유주식을 고가에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기계 제조사가 코로나 치료제 개발 사업을 추진하거나 유통업체가 이차전지 개발에 나서는 등 기존 사업과도 연관성이 낮은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불공정거래는 무자본 M&A세력과 관계가 깊은 것으로 조사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한 7건 중 3건은 무자본 M&A세력의 경영권 인수 시기에 불공정거래 행위가 발생했다. 현재 조사 중인 13건 중 7건도 불공정거래 행위 직전 최대주주가 변경돼, 금감원은 주가 조작 세력의 연루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신사업을 가장한 불공정거래 행위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가 함께 발생한 경우도 많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금융당국 및 국내외 관계기관과 협력해 신규 사업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