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北에 위성기술 지원 약속 관측… 北, 한·미 위협 더 세질 듯

입력 2024-01-19 04:07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 전용차로 보이는 검은색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에서 내리는 장면이 지난 15일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기록영화 ‘위대한 전환, 승리와 변혁의 2023년’에서 포착됐다. 이 차량은 메르세데스-마이바흐 GLS 600으로 추정된다. 오른쪽 사진은 한·미·일 북핵 수석대표인 김건(가운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정 박(오른쪽) 미국 국무부 대북고위관리, 나마즈 히로유키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1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3자 협의를 시작하기 전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권현구 기자,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을 만나 ‘민감한 분야’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 대해 논의했다고 크렘린궁이 17일(현지시간) 밝혔다. 크렘린궁은 민감한 분야가 무엇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러시아가 북한에 한층 고도화된 위성기술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의 능력을 높이면 한·미를 겨냥한 전쟁 위협도 더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푸틴과 최선희의 대화에선 군사정찰위성 기술 지원에 대한 포괄적인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며 “양국 외교장관 협의 때는 보다 구체적인 이야기가 오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외무상이 푸틴 대통령과 면담할 때 최 외무상의 통역관이 들고 있던 문서에는 ‘우주기술분야 참관개발목록’ ‘우주로케트연구소(쁘로그레쓰)’란 문구가 적힌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이 러시아에 위성 기술 지원을 요청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발사했다고 발표한 데 이어 올해 3개의 정찰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예정이다. 만리경 1호는 우주 궤도에 안착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위성의 정상 작동과 공중감시 능력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러시아가 북한의 위성 관측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합성개구레이더(SAR) 기술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AR은 항공기나 인공위성에 탑재돼 낮밤, 날씨에 상관 없이 지형 관측을 할 수 있는 레이더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북한의 위성 사진은 아직 광학 수준이어서 러시아로부터 SAR 기술 등이 이전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 정찰위성의 공중감시 능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존 플럼 미 국방부 우주정책 담당 차관보는 브리핑에서 “그들의 전쟁 능력 여부를 진지하게 지켜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을 지원받아도 당장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현재 수준으로는 러시아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당장 운영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오는 4월 총선과 우리 군의 군사정찰위성 2호 발사에 앞서 추가로 위성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한국보다 먼저 위성을 발사해 경쟁에서 앞서고 있음을 과시하고 자국의 위성 발사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희석하려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최 외무상이 17일 러시아연방 정부 부수상 알렉산드르 노박 동지를 만나 담화를 나눴다고 18일 보도했다. 담화에서는 “무역, 경제 등 여러 분야에서의 쌍무교류와 협력사업을 활성화하고 확대해 나가기 위한 실천적 문제들이 토의됐다”고 통신은 전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