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채상병 수사외압 의혹’ 5개월 만에 첫 강제수사

입력 2024-01-18 04:06
한 해병대원이 지난해 7월 22일 경북 포항시 남구 해병대 1사단 내 김대식 관에서 엄수된 고(故) 채수근 상병 영결식에서 주저앉아 슬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여름 폭우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외압 의혹을 고발하고 약 5개월 만에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국방부와 해병대 일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외압 의혹 관련 인물로 지목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사무실과 자택, 박진희 전 장관 군사보좌관 사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수사상 필요한 자료 확보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박정훈 전 단장이 외압 의혹을 폭로하고, 공수처에 유 관리관 등을 고발한 지 5개월 만이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8월 23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 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고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경찰에 넘긴 사건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상부의 각종 외압이 있었다는 게 이번 의혹 뼈대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뒤, 사건을 축소하라는 취지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구체적으로 박 전 단장은 언론브리핑 취소 직후 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5차례 연락을 받고 ‘죄명과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이튿날 해병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하는 것을 검토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국방부는 해당 발언이 수사 의뢰 대상자를 축소하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박 전 단장은 이를 외압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이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며 군형법상 항명 혐의로 기소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