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폭우 당시 실종자를 수색하다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에서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국방부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외압 의혹을 고발하고 약 5개월 만에 이뤄진 첫 강제수사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전날부터 이틀에 걸쳐 국방부와 해병대 일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번 압수수색 대상에는 외압 의혹 관련 인물로 지목된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 사무실과 자택, 박진희 전 장관 군사보좌관 사무실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는 “수사상 필요한 자료 확보를 위한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확보한 자료를 분석한 뒤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압수수색은 박정훈 전 단장이 외압 의혹을 폭로하고, 공수처에 유 관리관 등을 고발한 지 5개월 만이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8월 23일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과 유 관리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고발하고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와 경찰에 넘긴 사건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상부의 각종 외압이 있었다는 게 이번 의혹 뼈대다. 박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31일 해병대 수사단의 채 상병 사건 경찰 이첩이 보류되고 수사 결과 언론 브리핑이 취소된 뒤, 사건을 축소하라는 취지의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해왔다.
구체적으로 박 전 단장은 언론브리핑 취소 직후 유재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5차례 연락을 받고 ‘죄명과 혐의자, 혐의 내용을 빼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은 이튿날 해병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하는 것을 검토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국방부는 해당 발언이 수사 의뢰 대상자를 축소하라는 의미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박 전 단장은 이를 외압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이와 별개로 국방부 검찰단은 박 전 단장이 사건 이첩 보류 지시를 어겼다며 군형법상 항명 혐의로 기소해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