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으며 돌아온 이재명 “법으로 펜으로 안되니 칼로 죽이려”

입력 2024-01-18 04: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환영식에서 백범 김구 선생의 증손자인 김용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와 함께 주먹을 쥐고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는 굴욕적인 대일 외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독립운동가를 폄훼한 인사 영입 등 왜곡된 역사관으로 분열을 조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이번 선거는 정권의 중간평가이자 권력에 대한 심판 선거”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흉기 피습 사건 이후 15일 만인 이날 당무에 복귀해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대표는 비교적 건강한 표정이었다. 이 대표는 회의에서 “법으로도 죽여보고 펜으로도 죽여보고 그래도 안 되니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언론·습격범’을 자신을 탄압하는 3주체로 지적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경제도 더 어려워졌고 안보도 더 나빠졌고 민생도 더 나빠졌고, 좋아진 것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면서 “모든 국민에게 평등해야 할 법이 특정인에게는 특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이번 총선은 지난 2년간 정부·여당이 국민이 부여한 책임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국민들이 제대로 살펴보고 그에 대해 판단하고 잘했으면 상을, 못했으면 책임을 묻는 엄중한 계기”라고 강조했다. 정권 심판론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많은 논란이 있지만 최선의 노력을 다해 통합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혁신적인 공천을 통해 국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드리겠다”면서 “국민들이 저를 살려준 것처럼 이 나라의 미래를 주인으로서 책임지고 제대로 이끌어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고위 직후 열린 인재영입식에서는 “안타깝게도 이낙연 전 총리가 당을 떠났고, 몇 의원들이 탈당했다. 통합에 많은 노력을 다했지만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는 최고위 참석 전 ‘친명(친이재명)계 자객 공천’ 논란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아직 공천한 것이 없다”면서 “경선한 것을 갖고 그러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민주당 내부 탈당 흐름과 후보 검증 논란 등을 어떻게 정리할지를 묻는 질문엔 답변하지 않았다.

이 대표의 메시지가 통합보다 ‘편 가르기’에 치중됐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통합에 최선을 다했다’는 이 대표 발언을 언급하며 “이 대표 복귀 일성이 또 증오와 거짓말로 시작한다”며 “(탈당한) ‘원칙과 상식’ 의원들에게 전화 한 번이라도 해봤느냐”고 지적했다.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에 다시 출마할지도 관심사다.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돌덩이를 치우겠다”며 해당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인천 계양을로 예비후보자 적격 심사를 신청해 통과했지만, 출마 의사를 직접 밝힌 적은 없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경호를 강화한 모습이었다. 현장 질서 유지를 위해 질의응답하는 취재기자를 한 명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백범 김구의 증손자인 김용만(37)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이사를 총선 ‘8호 인재’로 영입했다.

한편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법과 펜, 칼로 죽이려고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는 이 대표의 발언과 관련해 “그 정도면 망상”이라고 비판했다. 한 위원장은 4·5선 중진 의원들과의 오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칼로 죽여본다니, 누가 죽여본다는 것인가”라며 “내가? 국민의힘이? 아니면 국민들이?”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 테러로 죽음의 고비를 넘긴 야당 대표에게 망상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한 위원장은 최소한의 공감 능력과 인간에 대한 예의부터 갖추라”고 비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