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를 연 4000만원으로 확대한다. 비과세 한도도 2.5배 높이고 가입 대상도 넓힌다. 주식 투자로 5000만원 이상 벌면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걷기로 했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도 공식화했다. 국민의 자산 형성을 돕고 한국 증시의 만성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는 목표다.
금융위원회는 17일 윤석열 대통령이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연 민생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연 2000만원, 총 1억원인 ISA 납입 한도가 연 4000만원, 총 2억원으로 2배 확대된다. 배당·이자 소득에 대한 비과세 한도도 현행 200만원(서민형 400만원)에서 500만원(서민형 1000만원)으로 커진다. 이에 따라 ISA에 연 2000만원씩 의무 가입 기간인 3년간 넣을 경우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이 일반형 기준 46만9000원에서 103만7000원으로 56만8000원 늘어난다. 서민형은 기존 66만7000원에서 151만8000원으로 세제 혜택 한도가 85만1000원 상향된다.
정부는 내년 도입할 예정이던 금투세를 폐지하면서 금투세 시행을 전제로 이행 중인 증권거래세 인하(올해 0.18%, 내년 0.15%)는 그대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투자자 친화적인 자본시장 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분이다.
고금리 부담을 낮추고 신용연체 이력을 지워주는 신용 사면 등 민생안도 본격 실행된다. 은행권은 오는 2월부터 약 187만명에게 이자 1조6000억원을, 저축은행·신용카드사 등 제2금융권은 오는 3월부터 40만명에게 3000억원어치 이자를 돌려준다. 연 7% 이상 대출을 쓰는 자영업자의 저금리 전환을 돕는 대환보증 프로그램 대상도 확대한다.
다만 이런 방안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월 총선을 앞두고 1400만명에 이르는 개미(개인 주식 투자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빚을 성실하게 갚아온 사람을 바보로 만들고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는 선심성 정책”이라면서 “이미 시장에서는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 대출 금리가 오히려 낮은 기현상이 벌어지는 등 원칙이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제도 개정도 추진한다. 대표 등 이사가 회사의 사업 기회를 유용하지 못하도록 손해배상 책임을 구체화하고, 소액 주주가 손쉽게 표를 던질 수 있도록 전자 주주총회 도입도 법제화하기로 했다.
대주주의 불합리한 경영권 확보를 막기 위해 기업이 인적 분할할 때 자사주에 신주 배정을 금지한다. 전환사채(CB)를 만기 전에 취득하는 발행사에는 공시 의무를 부여하고 사모 CB 전환 가액 산정 기준일을 명확히 해 대주주가 지배력을 편법으로 확대하지 못하게 한다.
김진욱 신재희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