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일본이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함선 9척을 동원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헌법에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명기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서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데 주력했다.
합동참모본부는 17일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지난 15일부터 사흘간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번 훈련에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 등 2척, 미국 해군 제1항모강습단 소속 항공모함 칼빈슨함 등 5척,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구축함 콩고함 등 2척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통상 한·미·일 연합 해상훈련에는 5척 안팎이 동원되는데 이번에는 9척이 참가했다.
합참은 “대량살상무기(WMD) 해상 운송을 차단하는 등 해양안보 위협에 대응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 구축을 위한 3자간 협력을 증진하는 데도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훈련에 참가한 함선 중 핵항모 칼빈슨함은 미국이 동맹국에 대한 핵 공격을 막는 확장 억제의 주된 수단이다. 전장 333m, 폭 76.4m의 칼빈슨함은 배수량이 10만t에 이르는 대형 항모다. 최신 스텔스 전투기 F-35C와 슈퍼호넷 전투기(F/A-18), 호크아이 조기경보기(E-2C), 대잠수함기(S-3A) 등 80~90대의 항공기를 탑재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김명수 합참의장은 훈련 첫날 칼빈슨함을 방문해 훈련 상황을 점검하면서 “한·미·일 해상훈련은 날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억제 대응하는 데 핵심적으로 기여해 왔다”고 평가했다.
칼빈슨함은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발사하기 하루 전인 지난해 11월 21일에도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다. 이후 북한은 만리경-1호로 칼빈슨함을 촬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보고했다고 밝히는 등 칼빈슨함에 대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한·미·일은 당시에도 만리경-1호 발사에 대한 대응으로 칼빈슨함을 중심으로 이틀간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새해 처음 시행된 이번 연합훈련은 지난해 12월 한·미·일 3자 국방장관이 앞으로 다년간 3자 훈련을 실시하겠다고 합의한 데 따라 진행됐다. 합참은 “한·미·일 국방 당국이 다년간의 3자 훈련 계획을 공동으로 수립한 이후 올해 최초로 시행하는 한·미·일 해상훈련”이라며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을 높이는 동시에 북한의 위협에 대한 공동 대응 역량과 의지를 보여준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올해 재집권에 성공할 경우 김 위원장과 직접 담판을 시도해 한·미·일 3국 공조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16일(현지시간) CSIS 주최 세미나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북핵 용인 검토 보도를 언급하며 “트럼프에게 가장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에서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또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브로맨스나 연애편지 교환을 되살리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북한의 새로운 핵무기 개발 중단을 대가로 대북 경제제재 완화 등을 제공하는 거래를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부인했다.
이택현 송태화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