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17일 2430선대로 후퇴했다. 연초부터 내리 내리막을 걷더니 이달에만 8.3% 하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꺾인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 국내 기업 실적 악화가 맞물리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 종가는 전 거래일보다 2.47%(61.69포인트) 내린 2435.90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2440선 아래로 밀린 것은 지난해 11월 14일(종가 2433.25)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9022억원, 114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은 8516억원어치 사들이며 물량을 받아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보다 2.55%(21.78포인트) 떨어진 833.05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10월 31일 2.78% 하락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 연말 산타 랠리로 환호했던 국내 증시가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길 것이란 기대감이 증시를 견인했으나 최근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진 탓이다. “금리 인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크리스토퍼 윌러 연준 이사의 전날 발언도 시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증시가 악화한 가장 큰 이유는 금리”라며 “그동안 과도하게 반영된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며 매도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기대감이 낮아진 점도 실망 매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를 포함, 국내 대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외로 부진하자 투자심리가 싸늘해졌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의 2023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83조5000억원에서 179조4000억원으로 약 2.2% 하향 조정됐다. 올해 추정치도 276조5000억원에서 271조2000억원으로 축소됐다.
국내외 지정학적 리스크도 증시의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의 총통 선거 여파로 미·중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북한의 적대적 발언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전쟁 여파로 세계 물류 동맥인 홍해가 막히면서 글로벌 공급망 위기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당분간 국내 주식 비중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두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12.4원 급등한 달러당 1344.20원에 마감했다.
김준희 심희정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