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고 눈발이 흩날리는 17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송도주사랑교회(장상길 목사) 등 국내외 교회 성도 약 150명이 모였다. 초등학생부터 70대 어르신까지 연령대도 다양했다. 최근 남북관계가 급속히 냉각되면서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들이 최전방이라 할 수 있는 이곳에 온 이유는 명확했다. 한반도 평화와 복음통일을 위해 기도하는 ‘DMZ 토치베어러’ 집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성도들은 일렬로 길게 늘어서서 북녘 땅을 바라보며 통성기도를 했다. 한파로 손발이 춥고 콧날도 시큰거렸지만 기도하는 이들의 진심어린 열정은 식지 않았다. 이어 성도들은 둥글게 모여서 찬양팀 인도하에 뛰거나 몸을 흔들면서 ‘할렐루야’ 찬양을 불렀다.
장상길 목사는 설교에서 “한반도 평화가 찾아오고 남북이 복음 안에서 하나가 될 것을 믿음으로 선포하며 횃불을 들고 나아가는 선두주자를 토치베어러(torch-bearer)라고 한다”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평화와 복음통일의 빛을 비추며 나아가는 토치베어러가 돼 전쟁 등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 악한 권세를 거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집회에는 3대째 북한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는 파란 눈의 외국인들도 있었다. 영국에서 온 수잔 브라운(67·여)씨는 “할아버지가 1921년 북한 선교사로 사역한 적이 있다”며 “이 나라와 북한을 너무나 사랑해 기도를 멈추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신앙을 계승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탈북민 이성화(51·여)씨는 북한의 실상을 잘 알기에 그 누구보다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는 “성도들이 협력해 온전한 주님의 나라를 이뤄가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며 “올해 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오고 북한에 복음이 전해지길 간절히 기도한다”고 말했다. ‘DMZ 토치베어러’ 다음 집회는 18~19일 강원도 고성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크리스천들은 최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남북관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북한에서 12년간 군 복무를 하고 한국으로 넘어와 목회자가 된 A목사는 강도 높아진 북한의 도발을 ‘관심의 요청’으로 분석했다. 그는 “북한은 현재 전쟁을 일으키고 전시상황을 유지할 만한 물자나 전력이 부족하기에 한반도에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며 “북한의 언행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쏠려 있는 전 세계의 관심과 도움을 자신들에게 보내 달라고 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교회는 북한의 상황을 이해하고 긍휼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형신 북한기독교총연합회장은 성도들이 더욱 기도에 힘쓰고 통일을 구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정 회장은 “점점 어려워지는 한반도 상황 속에서 통일은 환경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만 바라봐야 이뤄질 수 있는 일이라는 소망을 품게 된다”며 “한국교회가 통일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탈북민들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마음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파주=글·사진 최경식 기자, 박용미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