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 근심이던 원주 달동네 어르신들 마음 따뜻한 청년들 연탄 배달에 ‘활짝’

입력 2024-01-18 03:05

칼바람이 쉼없이 불던 지난 12일 강원도 원주 밥상공동체연탄은행(대표 허기복 목사) 앞에 20명 남짓한 청년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원주시 원인동 일대 어르신들 집으로 연탄을 배달하기 위해 모인 봉사자였다.

봉사자들은 수레와 지게에 연탄을 가득 싣고 언덕길을 오르내렸다. 전날 내린 폭설로 길이 미끄러워 수레를 밀고 끄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힘을 모아 수레를 밀면서 언덕길을 올랐다(사진). 한참을 올라간 봉사자들은 지게에 연탄을 옮겨 싣고 집집마다 방문했다. 이들을 기다리던 어르신들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원주에서 50년 넘게 살고 있는 손춘화(80)씨는 22년 전부터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 유방암 항암치료 후 생긴 우울증으로 잠드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 손씨에게 오랫동안 도움의 손길을 건넸던 게 바로 연탄은행이었다. 손씨는 “연탄은행이 날 보살펴줘 너무 고맙다. 나이가 드니 거동도 불편하고 경제적 여유도 없어 힘든데 연탄은행이 있어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봉사자 전나연(23)씨는 그동안 무거운 지게를 지고 언덕을 오르는 이유를 몰랐는데 봉사하면서 의문이 풀렸다고 했다. 그는 “굳이 지게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는데 연탄 배달에 직접 참여해 보니 언덕 마을 골목이 너무 좁아 차는커녕 손수레도 지나갈 수 없어 지게가 유일한 운송 수단이란 걸 알았다”면서 “어르신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린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국민일보는 연탄은행과 ‘기후위기, 연탄 때고 싶어 때나유’를 주제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연탄으로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이들은 에너지 취약계층을 넘어 ‘기후위기 취약계층’이라는 새로운 난관에 직면하고 있다. 이들이 겪는 이중고를 해소하기 위해 연탄은행은 동절기에 사랑의 연탄 300만장 나눔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 30만장이 더 필요하다.

원주=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