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폭우 당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해병대 채모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경찰 지휘부가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군인권센터는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대 수사단 소속 A수사관과 경북경찰청 B팀장의 통화 녹취록 두 건을 공개했다. 통화는 해병대 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보낸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자료’를 국방부 검찰단에서 회수한 날인 지난해 8월 2일과 3일 이뤄졌다.
첫 번째 통화에서 A수사관은 B팀장에게 “오늘 저희가 사건을 정확하게 인계를 드렸다고 말씀드렸잖습니까”라고 항의한다. 당시 경찰은 해병대로부터 사건을 정식으로 넘겨받지 않았다는 취지로 언론에 해명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지 않느냐’고 따져 물은 것이다. B팀장은 “예. 저희도 지휘부에서 검토 중이다”고 답한다.
사건 발생 후 국방부는 당시 해병대 수사단장이던 박정훈 대령의 항명 혐의 수사를 위해 정식 이첩 전에 증거자료를 가져간 것이지 사건 회수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군인권센터는 국방부의 이 같은 설명과 달리 해병대와 경찰이 정식 사건 인계 절차를 밟았음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사건을 회수한 군검찰은 다음날인 8월 3일 박 대령을 집단 항명 수괴 혐의로 압수수색했다. 이에 A수사관은 다시 전화를 걸어 “저희가 범죄자 취급 받으면서 압색 당하고 있다. 왜 경북청에선 아무것도 안 하느냐”고 호소했다. A수사관의 절박한 호소에 B팀장이 끝내 흐느끼는 것으로 통화는 끝이 난다.
군인권센터는 “이제 남은 것은 국회가 국정조사를 실시하는 것뿐”이라며 서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