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서 홍삼 판다고요?’… 정부 허용 방침 놓고 논란

입력 2024-01-17 00:03

홍삼, 비타민,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 등 건강기능식품(건기식)에 대해 ‘당근’ 등에서 개인 간 중고 거래가 허용된다. 정부가 영업신고를 하지 않은 개인의 건기식 판매 금지를 ‘불필요한 규제’로 판단하면서다. 하지만 개인 간 거래는 안전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무분별한 판매 등으로 건강과 안전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무조정실 규제심판부는 16일 건기식에 대해 소규모 개인 간 재판매를 허용하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권고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식약처는 1분기 안에 거래 횟수나 금액을 제한하는 등 오남용 방지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 1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제도화할 예정이다.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건기식은 판매업을 신고한 영업자만 제품을 팔 수 있었다. 신고하지 않은 개인이 판매하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 수 있다. 규제심판부는 처벌 기준이 높은 것도 국민 권익 침해 소지가 있다고 봤다.

의약계와 업계는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개인 간 거래는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고,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허위·과대 광고가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개개인의 선량한 거래도 있을 수 있으나 전문 리셀러가 중고 거래 플랫폼에 개인으로 위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디 여러 개를 사용하면서 개인판매자로 속여도 이를 적발하는 게 간단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건기식은 제조부터 판매까지 엄격하게 관리된다. 식품의 범주에 있지만 원료의 기능성 인정부터 판매 허가까지 의약품 수준으로 철저한 관리가 이뤄졌다. 영업신고를 한 판매자도 연간 8시간의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 건기식 원료 중 일부는 의약품과 인체에서 동일하게 작용하는 것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정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국무조정실이 공개토론 등을 통해 식약처 등 관련 부처와 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키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의약계, 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단체와 주무부처인 식약처도 반대 의견을 냈다.

의약계는 건강과 안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본다. 조양현 약사회 부회장은 “건기식은 정확한 정보 전달을 통해 적절하고 적합하게 복용해야 한다. 위생과 안전 교육을 받지 않은 개인이 품질 관리를 하기 쉽지 않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질 수 없게 된다”고 비판했다.

규제심판부는 지난해 기준 건기식의 온라인 판매 비중이 68%를 차지한다는 점을 들며 개인 간 거래도 안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가 2019년 2조9508억원에서 지난해 6조2022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소비자 또한 경험이 증가했고 정보를 접할 방법도 다양해져 촘촘한 규제가 불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조 부회장은 이에 대해 “홍삼이나 유산균처럼 누구나 알 만한 제품 외에도 건기식이 다양하게 시장에 나와 있다. 개인 판매자가 ‘먹어보니 좋더라’ 하는 식으로 광고하며 판매했을 때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