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60·사진) 서울경찰청장을 재판에 넘길지 결정하기 위해 사건 재검토에 돌입했다. 검찰 안팎에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기소 권고를 내린 만큼 최종 처분도 기소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기본적으로 수심위 의견을 검찰이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은 김 청장 사건의 최종 처분을 결정하기 위해 수심위 권고와 현재까지 조사된 사실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 중이다. 수사팀은 전날 수심위에 출석해 김 청장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기소가 어렵다는 잠정 의견을 전달했다. 다만 외부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수심위는 9대 6으로 기소 권고를 냈다. 불기소 의견도 6명이었던 만큼 검찰은 법리 등을 신중히 검토해 최종 처분을 결정할 예정이다.
수심위 의견을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수심위인 만큼 기소 권고를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검찰은 그간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수심위에서 6건 중 5건의 권고 의견을 받아들였다.
수도권의 한 차장검사는 “서부지검에서 총대를 메고 불기소 처분을 하는 건 너무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간부도 “외부 의견을 들어보겠다고 해놓고 무시하는 모양새로 가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수사팀이 사실상 재판에서 유죄를 받아내기 어렵다는 법리 판단을 굽히지 않을 경우 불기소 의견을 유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검찰 내부적으로는 김 청장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재판에 넘겨 법원 판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는 지난해 1월 김 청장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는데 사건을 처음 넘겨받은 수사팀에서는 구속 기소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서울서부지검 수사팀이 최종 처분을 정리해 대검에 보고하면 이 총장은 수사팀 의견과 대검 참모들 의견을 종합적으로 들어본 후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대검 수심위 지침에는 검찰이 수심위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돼 있고, 이 총장도 이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내부에선 수심위 결과를 놓고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김 청장은 수심위 개최 자체가 예상 밖이었고, 기소 권고가 나올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한 경찰 간부는 “놀라운 결과인 건 사실”이라며 “이런 돌발 상황에서 누가 감히 불기소 결정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난 2022년 6월 취임해 1년6개월 넘게 근무 중인 김 청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통상 치안정감은 1년 주기로 인사가 나는데 김 청장은 지난해 하반기 인사에서 유임됐다. 한 경찰 관계자는 “이제 인사철이 다가오지 않느냐”며 “너무 오래 끌었기 때문에 내부에서는 김 청장 거취를 정리하고, 차기 경찰청장이 결정됐으면 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받아들여 김 청장을 기소할 경우 김 청장은 올해 정년퇴직까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처분 전에 차기 서울청장 인사가 속도감 있게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차기 서울청장으로는 조지호 경찰청 차장(55·경찰대 6기) 등이 거론된다.
나성원 이가현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