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나안 MZ’ SNS 신앙 공동체로 모인다

입력 2024-01-17 03:00 수정 2024-01-18 14:52
인스타그램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 기독 단체 ‘일하는 크리스천 청년’의 청년들이 최근 열린 소모임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노이’가 교회에서 상처받은 청년을 위로하기 위해 만든 찬양 뮤직비디오 속 한 장면(위부터). 일하는 크리스천 청년, 이노이 제공

‘교회 밖 청년부’로 알려진 온라인 사역 단체 ‘이노이(INOY)’는 예배 사역자를 돕는 단체 ‘올포워십’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 가나안 청년을 위해 2022년 시작했다. 이노이라는 이름엔 ‘주님이 주신 인사이트를 가지고 세상 밖에서 살아가자(INsight and Outside Youth)’라는 의미가 담겼다. 이들은 교회에서 상처받은 청년들을 찾아 위로한다. 현재 450명의 팔로워가 인스타그램으로 연결돼 있다. 기독 작가 등을 초청해 진로 특강을 듣고 ‘매일의 온전한 예배’라는 새 찬양곡도 만들었다. 현대기독교음악(CCM) ‘성령의 불타는 교회’를 개사해 ‘청년이 불타는 교회’로 부르면서 교회 사역으로 탈진한 이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이노이는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을 주제로 한 달에 한 번씩 줌(Zoom)으로 공감예배를 드린다.

SNS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새로운 신앙 공동체가 다음세대 가나안 성도를 보듬고 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에서 기도 묵상 전도 봉사 등 다양한 신앙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23년 개신교인 인식조사’(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 따르면 19~34세의 기독 청년 4분의 1은 가나안 성도다. SNS 플랫폼이 이들의 신앙을 연결해주고 있는 것이다.

치과대 졸업생인 김보현(28)씨가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개설한 ‘일하는 크리스천 청년’의 팔로워는 현재 1만1000명에 이른다. 이 계정은 ‘청년의 계절(Youthful Season)’이란 뜻으로 ‘유시’로도 불린다. 주 활동 연령층은 20~40대다. 신앙생활에서 멀어지지 않도록 다양한 모임을 운영한다. 말씀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바이블 모닝’을 비롯해 ‘기도습관방’ ‘말씀 암송 스터디’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엔 풍선 100개를 공원에서 나눠주는 노방전도도 펼쳤다. 김씨는 16일 “조언과 격려로 청년들에게 삶의 목적을 찾도록 도우려 한다”며 “지역교회 목회자와도 협력해 사역을 확장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5300명인 ‘크로스디사이플스(CRoss Disciples·CRD)’는 크리스천 청년 독서 모임을 주로 하고 있다. 2017년부터 연구원 소설가 교사 등 전문가 및 리더 독서모임 364개를 개설, 4000명이 넘는 기독 청년을 만났다. 청년의 삶에서 즉각 반영할 수 있는 직무 역량과 자기계발, 연애·결혼, 신앙·신학 등 구체적 주제를 주로 다룬다. 오프라인 행사도 여러 번 개최했다. CRD는 “소규모 모임을 열면서 교회 밖 기독 청년의 생각과 고민, 비전을 나눈다”고 했다. 독거 어르신과 청년을 일대일로 연결해 선물을 전달하고 말벗을 해주는 ‘사랑의 상자’ 봉사도 수년째 이어가고 있다.

신대원 졸업생인 최성민(35)씨가 2022년 인스타그램에서 시작한 ‘우리들의 크리스천 커뮤니티(우크)’는 큐티와 성경 읽기, 성경 필사 등 다양한 활동과 온·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청년들의 신앙 성숙을 돕고 있다. 현재 730명이 팔로워가 연결돼 있다. 카페 형식의 지역교회로부터 장소 후원을 받거나 모임 운영비를 회원이 채워주는 등 자발적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최씨는 “몇몇 목회자들이 모임 초기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우크 모임을 통해 신앙을 회복하고 교회로 돌아가는 청년 사례가 나오면서 되레 교회로부터 ‘도움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전했다.

백광훈 문화선교연구원장은 “청년 사역을 담당하던 대학 선교가 힘을 잃은 현 상태에서 인스타그램 등 새로운 플랫폼에서 자생적 청년 사역이나 모임이 많아진 것은 고무적”이라며 “다만 신앙적 기초 등이 약할 수 있기에 지역교회와 협력해 보완하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신은정 기자, 김수연 인턴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