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3년, 공이 없다는데… 사건 한두건보다 기반 닦아”

입력 2024-01-17 04:02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6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기자실에서 열린 퇴임 전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수사력 논란, 조직 내분과 관련해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서도 “나중에 역사의 평가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처장은 16일 공수처 기자실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 참석해 이같이 밝히며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후임자들이 일할 수 있는 인적, 물적, 규범적, 시스템적 기반은 어느 정도 마련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그는 “사건 한두 건보다는 기반 마련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브리핑은 김 처장의 19일 퇴임식 전 마지막 간담회로 진행됐다.

그는 수사력 부족 논란, 인력 유출 등 공수처를 향한 비판에 대해 “내부에서 관리가 잘 안 되거나 개인적인 이유가 있는 것도 맞지만, 구조가 그런 문제를 만드는 것도 틀림없이 있다”고 설명했다. 직권남용·뇌물 등 민감한 사건을 수사해야 하는데, 수사 인력은 제한되고 연임 여부도 불확실해 조직이 안정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 처장은 “지금은 검사 신분 문제를 말씀드렸지만, 공수처법에 (이처럼) 모순되거나 규율이 안 된 조항이 꽤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등 타 수사기관과의 협력에 대해서도 “어떤 기관이 생겼을 때 임의로 협력이 되기가 쉽지 않다”며 “법으로 정하지 않는 한 유기적으로 일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다른 측면의 해결이 필요하다는 게 학계 의견”이라고 말했다.

초대 공수처장으로서 성과에 대해선 “지난 3년간 공은 없다고 보시는 거 같지만 그럴 리가 있겠나”며 “공수처가 존재함으로써 수사기관들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생각해봐 달라”고 답했다.

그는 공수처 구성원에게는 “공수처가 25년 동안 만드느냐 마느냐로 논의가 되어 왔던 건 필요한 조직이라는 뜻”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힘들 때, 어려울 때도 있겠지만 흔들리지 말고 할 일을 하자”고 당부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라는 새로운 제도가 잘 뿌리내리고, 정착하는 것이 우리나라 국익에 도움이 된다”며 “비판과 비난도 감수하겠지만 그럼에도 공수처라는 제도가 잘 뿌리내리고 작동할 수 있도록 큰 견지에서 봐 달라”고 강조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