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는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를 다짐했던 김진욱(사진)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임기 내내 이어진 수사력 부족 논란을 불식하지 못하고 오는 20일 물러난다. 1기 공수처는 검찰과의 차별화, 인권 수사를 강조했지만 지난 3년간 수사 성과는 사실상 전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후임 공수처장 임명 절차까지 지연돼 공수처는 당분간 수장 공백도 불가피해졌다. ‘공수처 폐지론’까지 제기되는 등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처장은 오는 19일 공수처 청사에서 퇴임식을 연다. 그는 3년 전 취임사에서 ‘인권 친화적인 수사’를 강조했지만 수사를 둘러싼 논란이 거듭됐다. 공수처는 2021년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공소장이 유출된 의혹 등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광범위한 통신 조회로 사찰 논란에 휩싸였다. 고발사주 의혹 수사 중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아 대법원에서 ‘위법 압수수색’ 판단을 받기도 했다.
공수처는 출범 당시 공소권 남용 방지를 위해 수사 사건의 기소 여부를 공소부가 결정하게 했다. 하지만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수수 의혹 등 사건의 재판 공소 유지에 수사 검사가 직접 나서면서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지적이 나왔고, 지난해 11월 공소부를 폐지했다.
공수처가 청구한 5번의 구속영장은 전부 기각됐다. 공수처는 총 3건을 직접 기소했는데, 아직 1심 재판 중인 고발사주 사건을 제외한 2건이 1심 또는 2심까지 무죄 판결이 나왔다.
검찰과 갈등한 것도 실책으로 평가된다. 최근에도 감사원 간부 뇌물수수 사건과 관련해 보강 수사 여부를 놓고 검찰과 부딪쳤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역할에 대한 전면적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공수처 부장검사를 지낸 예상균 변호사는 최근 토론회에서 “공수처는 해야 할 사건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다른 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기 공수처장의 과제로 조직 동요를 추스르는 게 우선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김명석 공수처 부장검사가 “정치적 편향과 인사 전횡”이라며 지휘부를 직격하자 여운국 차장이 고소하는 등 내부 불협화음도 끊이지 않았다.
임주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