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헬기 전원’ 총 162건… 지방 → 서울 이송은 48건

입력 2024-01-16 04:0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에서도 중증 응급환자 최종치료가 가능한 지역완결형 의료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응급환자를 헬기에 태워 서울로 이송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전원(轉院)을 위해 응급헬기가 뜨면 10번 중 3번꼴로 지방에서 서울로 향했다. 상급종합병원 간 전원 사례도 한 달에 1번꼴로 발생했다.

15일 국민일보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을 통해 소방청에서 받은 ‘2023년 전원에 사용한 응급헬기 이력’ 162건을 살펴본 결과 48건(29.6%)이 지방에서 서울로 전원한 사례로 확인됐다. 최종치료가 어려운 1 2차 병원에서 상급병원으로의 이송이 대부분이었지만, 해당 지역의 상급종합병원보다 거리가 먼 서울을 택한 경우도 많았다. 그 외 114건은 도서 간 이동이거나 내륙 간 이동 시 응급차로 40분 이상 걸리는 경우였다.

최근 논란이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응급헬기 전원과 유사한 지방 상급종합병원에서 서울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전원도 5건 있었다. 지난해 10월 6일에는 상급종합병원인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으로 전원됐는데 당시 사유는 ‘전원요청’이었다. 나머지 4건은 응급수술이 사유로 기재됐다.

이 밖에 서울이 아닌 지역 내 상급종합병원 간 전원 사례는 4건으로 집계됐다. 지방 상급병원에서 또 다른 지역 상급종합병원으로 이동한 경우도 3건 있었다.

이 같은 헬기 이송 현황은 현재 지방 응급치료 체계의 문제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이다. 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똑같은 치료를 한다면 서울로 간다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며 “하지만 이걸 알면서도 환자나 보호자가 원하면 보낼 수밖에 없는 경우들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가까운 병원 중 받아줄 수 있는 상급병원에 전원 요청을 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가까운 곳에서 환자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정말 많다. (지방은) 중증 응급환자를 받아서 신속하게 대응할 여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헬기 외에 차량으로 전원하는 경우도 많은데, 지방에서 서울로 응급이송 중 위험한 상황도 자주 발생한다. 국립의료원 산하 전남 응급의료지원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재혁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제가 근무하는 순천지역 병원에서만 서울로 심장 수술을 위해 차량 등으로 응급이송을 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며 “인근 지역 상급종합병원에 우선 문의하지만 응급환자를 추가로 받을 여력이 안되는 경우가 잦다”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지방 응급의료 체계를 ‘재난 상황’으로 표현했다. 그는 “환자는 수도권으로 몰리고 지방은 환자가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 병원들은 점점 더 위축돼 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상황이 이런데도 응급실이 제일 바쁘다. 지역 최종병원에서 중증 응급치료를 모두 할 수 있으려면 응급실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