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한파’ 단순노무직 12만명 감소… IMF 이후 최대 낙폭

입력 2024-01-16 04:06

지난해 단순노무직 취업자 수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많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 부진에 따른 제조업 경기 한파가 취약계층이 많이 포진한 저소득층 일자리부터 덮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392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만8000명 줄었다. 2013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전의 직업 분류기준까지 포함하면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6만5000명이 줄어든 이후 최대 낙폭이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에서만 5만6000명이 줄었다. 단순노무직 종사자 감소분 절반가량이 제조업에서 나온 셈이다. 지난해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면서 제조업 경기가 부진했던 영향이 크다. 지난해 1∼11월 제조업 생산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4.9% 감소했다. 제조업 취업자 수도 지난해 1월부터 11개월 연속 내리막을 걷다가 12월에야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부진과 내수 침체 여파가 가장 취약한 일자리부터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 셈이다. 단순노무직은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일자리로, 음식배달원, 청소원, 경비원, 주유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많다.

자동화가 늘어나는 등 산업 구조 변화와 내수 부진도 단순노무직 일자리를 줄이는 요인이다. 제조업 외에 건물 청소노동자 등이 속한 사업시설관리 및 지원 및 임대서비스업에서 2만명, 배달노동자 등이 있는 운수 및 창고업에서 1만6000명이 줄었다.

제조업 부진은 단순노무직 외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9만1000명),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4만9000명)의 감소로도 이어졌다. 기계를 설치·정비하거나 제품을 조립하는 생산직, 이른바 ‘블루칼라’ 종사자 수도 줄어든 것이다.

일자리 타격은 저소득층의 가계부담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1∼3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단순노무자 및 생산직에 속한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84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484만5000원)와 비슷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