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광주광역시의 A교회 B목사는 두 차례에 걸친 목사 위임 투표에서 연이어 낙마해 교회를 사임했다. 대부분 장로교회는 목사 위임 투표 시 세례교인이 참여하는 공동의회 재석 3분의 2의 찬성표를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 천안의 C교회 D목사도 위임 투표에서 미끄러져 결국 교회를 개척했다.
위임을 받지 못해 사임하는 목사도 있지만 위임을 받은 뒤 규모가 더 큰 교회로 ‘점프’하는 위임목사도 있다. 교계에선 이를 “교회와 이혼했다”고 말한다. 위임을 목사와 교인 간의 결혼으로 표현하는 정서 때문이다. 이 경우 목사를 떠나보낸 교회 교인들에겐 깊은 상처가 남는다.
신분이 안정적인 위임목사와 교인 사이에 생긴 갈등을 수습하지 못해 노회가 수습전권위원회를 구성하는 경우도 있다. 목사가 설교 준비를 성실하게 하지 않는다거나 품성에 문제가 있을 때 주로 이런 일이 빚어진다. 교인들이 다른 목사를 청빙하기 위해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기도 한다.
목사 위임 제도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장로교의 목사는 모두 노회 소속인데 위임은 노회가 지역교회에 목사를 맡긴다는 의미를 지녔다. 목사에게도 안정적인 목회를 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위임이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전통적 의미가 흔들리고 있다. 위임 제도가 위태로워지는 데는 교세 감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인들은 교회를 부흥시키는 목사를 원하다 보니 ‘위임 카드’로 목사를 압박한다. 1970~80년대 주로 개척을 하던 목사들도 교회 개척이 어려워지다 보니 기존 교회 청빙과 위임, 더 큰 교회로의 이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물론 위임 제도를 선용하기 위한 노력도 적지 않다.
정성진 거룩한빛광성교회 은퇴목사는 위임을 받은 후 6년마다 교인들에게 ‘목사 재신임’을 물었다. 위임을 받은 뒤 자칫 나태해지는 걸 경계하려는 조치였다. 김동엽 목민교회 원로목사는 후임 목사를 청빙할 때 “부목사 출신만 청빙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이미 교회와 결혼한 위임목사는 청빙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교계 원로들은 위임에 대해 “양을 위해 목숨을 버리겠다는 다짐”이라고 밝혔다.
박종순 전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장은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최근들어 위임을 둘러싼 이런저런 문제가 생기는 건 위임받은 목사와 위임을 결정한 교회 모두의 책임”이라면서 “한번 위임받은 목사는 그 교회를 위해 순교하겠다는 자세로 섬겨야지 왜 교회를 옮기느냐”고 꼬집었다. 박 전 총회장은 “목사나 교인 모두 위임 앞에서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위임 제도를 둘러싼 혼란을 줄일 수 있다”면서 “위임의 본래 정신을 회복하는 책임은 교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