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미추홀구 주택가 앞. 구미를 당기는 고소한 내음이 행인들의 발길을 멈춰 세웠다. 겨울철 대표 간식인 붕어빵이다. 입소문이 난 가게인지 붕어빵이 구워지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금세 대기 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좀 전에 사 갔는데 먹으면서 가다 보니 너무 맛있어서 다시 왔어요. 2000원어치만 더 줘요.” 손님의 말에 “네, 감사합니다. 축복받는 하루 보내세요”라고 경쾌하게 대답하는 붕어빵 장수는 인천 행복한교회(김경임 목사) 청년들이다. 이들은 교회 성전 건축헌금을 마련하기 위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붕어빵을 팔고 있다. 김가은(29)씨는 15일 “교회에서 받은 은혜와 사랑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성전 건축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붕어빵 장사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행복한교회는 올해 개척 20년을 맞았다. 규모는 작지만 매년 성탄절마다 소외 이웃을 대상으로 ‘따뜻한 밥상’을 운영하는 등 지역 섬김 활동에 열심이다. 교회는 개척 초기 마련한 예배당을 여태 사용하고 있는데 부서별 예배 공간이 부족한 데다 계단이 가팔라 어르신이나 어린아이들이 다니기도 위험했다. 이에 오랜 기간 새 성전 건축을 두고 기도하던 중 청년들이 붕어빵으로 의기투합해 성전건축 추진에 불씨를 지핀 것이다.
마침 교회에 붕어빵 기계가 있어 가은씨를 비롯한 김유선(27) 김지현(29) 노예진(27)씨는 유튜브를 보며 붕어빵 만드는 방법을 연습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말부터 새 성전 부지 앞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붕어빵은 불 조절을 조금만 잘못하면 타버리거나 덜 익었다. 또 반죽을 붓고 틀 뒤집기를 몇백 번씩 반복하다 보면 손목이 아려왔다.
유선씨는 “직장에서 퇴근하고 다시 일하다 보니 몸이 피곤하긴 한데 재미도 있고 보람이 있다”며 “교회에서 파는데 맛없다고 욕먹을까 봐 재료도 듬뿍 넣고 기도하며 만든다. 청소도 매일같이 깨끗하게 하고 있다”고 웃었다.
밝은 청년들이 정성을 들인 붕어빵을 팔자 손님도 저절로 찾아왔다. 처음엔 ‘100만원만 남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었지만 많게는 하루에 600개 이상 팔리면서 3000만원으로 목표액을 늘렸다. 날이 따뜻해지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하기 위해 메뉴 고민도 하고 있다.
김경임 목사와 성도들도 청년들의 도전을 응원하면서 시시때때로 찾아와 일손을 돕고 있다. 김 목사는 “교회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때에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참 기특하다. 하나님 나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아이들을 하나님께서 더 축복해주실 것”이라며 고마움을 내비쳤다.
행복한교회는 오는 3월 성전 건축을 시작한다. 청년들은 “성전이 완공되는 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다”며 “외형뿐 아니라 사역도 아름다운 교회가 세워지도록 계속 기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인천=박용미 기자 m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