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서울 관악을 후보들이 신경전을 펼쳤다. 관악구에서 초·중·고를 나온 오신환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후보가 “제가 관악의 아들”이라고 하자 지역 토박이 정태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제가 진짜 관악의 아들”이라고 반박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탈퇴한 정동영 국민모임 후보가 끼어들었다. “저는 관악에서 연애했습니다.” 2014년 7·30 재보선에서 분당 3선 경력의 임태희 새누리당 의원(현 경기도교육감)이 평택을 출마 채비를 갖췄다. 평택 연고가 있느냐는 질문에 “30년 전 군 생활을 한 곳(오산공군기지)이 평택”이라고 말했다.
좁은 국토, 인맥 중시 풍토 등으로 한국에서 전국 선거를 치르려면 ‘팔도 사나이’가 돼야 한다는 말이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호남의 손녀’ ‘동작·충청의 딸’을 거쳐 둘째 아들을 낳은 곳이라며 ‘부산의 어머니’까지 이르렀다. 이런 것도 식상해지자 기상천외한 답이 속출한다.
4월 총선에서 종로에 출사표를 던진 5선(경기 안양 만안) 이종걸 전 의원은 “종로는 독립운동가인 조부가 잠시 피신했던 곳”이라 강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 김홍걸 민주당 의원은 서울 강서갑 출마를 택한 이유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승 때 김대중 정신을 보았기 때문”이라 했다. 지난 대선 때 충청 사위·영남 아들·전북 친구를 외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막상 연고 없는 인천 계양을 보선 출마에 대한 비판에 “지역 연고를 따지는 게 매우 유치하다”고 언급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전국구 연고가 화제다. 강남 8학군 출신이 부모 고향(강원), 좌천된 곳(충북, 부산) 등 가는 곳마다 지연을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 없는 곳에서도 ‘정치적 출생지’(대구), ‘승리의 상징’(대전) 등 ‘여의도 사투리’를 능숙히 구사한다. 하지만 연고지 강조는 반복될수록 신선함은 떨어진다. 대통령 국정운영 변화, 당의 혁신 없이 팔도 사나이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음을 본인이 잘 알 것이다.
고세욱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