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뒤 1865년 중국내지선교회(CIM)를 설립한 그는 이전 선교회들과 다른 결정을 했다. CIM 본부를 영국이 아닌 중국에 두면서 선교사들을 현장에서 관리·감독하고 돌보는 필드 중심의 사역 구조를 정립했다. 그의 영향으로 CIM을 전신으로 한 국제선교단체 OMF는 중국에서 철수한 후 동아시아 중심지인 싱가포르에 국제본부를 두고 있다.
정신 문제·일탈… 선교지 문제 왜
한국 선교계는 그동안 ‘성과주의 선교’를 강조한 것과 비교할때 선교사들을 지속해서 돌보고 관리·감독하는 ‘멤버 케어’ 사역에는 미흡했다는 지적이 있다. 멤버 케어는 선교사와 선교사 자녀(MK) 등 선교에 관련된 사람을 대상으로 하며 선교사 허입부터 은퇴까지 선교사 전 삶의 과정에서 이뤄진다. 멤버 케어는 선교사를 전인적으로 돌보고 세워 선교사가 영적으로 건강할 뿐 아니라 사역도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한국 선교단체 중에서 멤버 케어 사역을 하는 곳은 한국OMF를 비롯해 한국해외선교회(GMF) 산하단체인 성경번역선교회(GBT) 등 국제선교단체에 영향을 받은 단체들이다.
한국OMF 동원사역자인 손창남 캠퍼스선교단체 죠이 대표는 15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선교사 가정의 불화 문제나 우울증 등 정신·심리적 문제, 일탈 등 지역 교회들이 고민하는 선교의 어려움을 반복해 듣고 있는데 이제는 하도 들어서 전혀 새롭지 않다”며 “그러나 OMF에서는 매우 낯선 이야기들이다. 현장 선교사를 지원하는 구조의 부재로 비롯된 문제”라고 지적했다.
OMF는 선교사가 A국 사역을 하기로 했다면 디렉터, 의료진 등으로 구성된 A국 필드 구조부터 꾸린다는 게 손 선교사의 설명이다. 그는 “체계적인 구조에서 선교사를 돌보고 관리·감독하며 장기 사역을 하도록 돕는다면 선교사가 소진되거나 선교 본부와 협력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일탈 등의 문제는 얼마든지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교단체·교회·교단 3박자 협력 필수
1984년 선교사 지원을 위해 이랜드에서 시작된 선교사지원단체 아시안미션(AM·대표 이상준)은 이랜드의 다양한 인프라를 활용해 선교사들을 총체적으로 돌보는 전문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영적·신체·의학적 돌봄(건강검진 등)을 비롯해 훈련, 팀 구축, MK 돌봄, 긴급위기 지원, 상담 등 전방위적 돌봄 사역을 펼친다. 지난해만 해도 2532명의 사역자를 지원했다.
AM은 멤버 케어의 사각지대인 국내 이주민 사역자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포럼을 열고 있다. 이주민 사역 공동체를 권역별로 나눠 교제 및 훈련의 장도 마련한다.
이상준 AM 대표는 “선교계 가운데 멤버 케어 영역 가운데 최근 정신건강 영역 부분이 확대되는 분위기”라면서 “선교지에서 오랜 기간 외롭게 고군분투하다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으로 전문적 상담을 해야 하는 선교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 영역이다 보니 선교단체, 교단 등에서 전문가 양성이 시급한 과제”라며 “멤버 케어가 촘촘하게 잘 되려면 선교단체·교회·교단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선교사 영육 점검·회복 탄력성 높여
선교단체 GBT 멤버케어팀은 10개 부문(선교사·MK·선교사 부모·독신 선교사·상담·건강검진 및 안식관 연결·은퇴 지원 등)으로 세분화해 멤버 케어 사역을 진행하고 있다. 선교사 가정이 안식년 등으로 한국에 들어올 때 경청과 적절한 질문을 통해 그동안 삶과 사역을 돌아보는 행정 디브리핑과 MK 디브리핑, 심리 검사 등을 한다.
현혜진 멤버케어팀장은 “고립되고 열악한 지역에서 사역의 진척이 별로 없고 편하게 소통하기 힘든 상황이 지속되면 우울증 등 정신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교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멤버 케어는 선교사들의 위기 돌발 상황에 발 빠르게 대처하도록 하는 1분 대기조와 같다. 선교사의 영육을 점검하며 회복 탄력성을 높이도록 멤버 케어 사역이 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데믹 후 선교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류 속에서 현장 선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멤버 케어 사역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권성찬 GMF 대표는 “어려움을 감수해 선교지에 갔는데 그동안 훈련받은 교육이 선교지에 적용되지 않아 고민하는 후배 선교사들도 적지 않다”며 “전통적인 멤버 케어 개념을 뛰어넘어 시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멤버 케어 사역이 대두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