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 난임 치료 시술비를 국가가 지원해주는 내용의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사단체와 한의사단체의 갈등이 불붙고 있다. 난임 부부 선택권을 넓힐 수 있다는 한의사단체 기대와 달리 의사단체는 과학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위험성이 크다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지난 9일 ‘모자보건법 일부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한방의료를 통한 난임 치료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관련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개정안에는 국가가 한의약 난임 치료비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를 통해 3개월간 160만~180만원 가량의 한방 난임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다. 개정안은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규정을 명문화한다는 취지다.
한방 난임 치료 사업은 한약과 침술뿐 아니라 약침이나 적외선 조사요법 등을 병행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의사단체들은 한방 난임 치료 효과가 떨어져 오히려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2017~2019년 기준 103개 지자체 한방 난임 치료 사업에 참여한 대상자 3969명 중 한방 난임 치료로 498명(12.5%)이 임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아무런 치료 없이 단순 관찰만 한 난임 여성에서 나타나는 임상적 자연임신율(24.6~28.7%)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라며 “유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도 “의학적·과학적 관점에서 명백하게 한방 난임 시술의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특히 임신 이후 태아에 대한 한약의 위험성도 크다고 주장한다. 의협 김교웅 한방특별대책위원장은 14일 “한방 난임 치료가 효과가 있다면 당연히 환자를 위해서 의협도 찬성할 것”이라며 “하지만 유산율이 높은데도 효과가 있다고 허위 주장하는 것은 난임 환자를 위해서도, 또 국가 재정을 위해서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한의사단체는 이미 난임 부부들의 선호도와 신뢰도가 높은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또 한의계는 의료계와의 협진으로 난임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확실한 의료정책이 없는 상황에서 임산부의 건강을 돌보며 비용 대비 높은 임신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의약 난임 치료사업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김유나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