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심의위 권고 70% 수용… 檢 ‘이태원 참사’ 가늠자 될까

입력 2024-01-15 04:05
뉴시스

검찰이 외부 위원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다룬 사건 총 14건 중 10건의 권고 의견을 받아들여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검찰은 검찰총장 직권으로 소집된 수심위 6건 중 5건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원석(사진) 검찰총장이 이태원 참사 경찰 지휘부 등의 기소 여부를 놓고 소집한 수심위 역시 향후 검찰 처분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대검찰청 산하 수심위는 15일 오후 2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기소 여부에 대한 심의를 비공개로 진행한다. 수심위는 2017년 12월 문재인정부의 검찰 개혁 기조에 맞춰 검찰이 직접 마련한 제도다. 법조계, 학계, 시민단체 등 150∼300명의 외부 위원 중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15명의 위원에게 검찰이 수사 결과를 설명한 뒤 의견을 구한다. 검찰총장 직권 또는 지방검찰청 검사장 요청에 따라 개최되며, 피의자 등 사건 관계인이 신청할 경우 별도의 부의심의위원회가 수심위 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수심위 권고를 검찰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검 지침에 심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돼 있다.

이태원 사건 수심위 소집에는 김 청장 기소 여부를 놓고 서울서부지검 전·현 수사팀 의견이 갈린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수사팀에서는 김 청장에 대해 구속기소 의견까지 나왔지만, 현 수사팀은 기소가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세월호 참사 해경 지휘부의 무죄가 확정되는 등 인명사고 책임자들에 대한 잇따른 무죄 선고도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

검찰은 수심위가 다룬 사건 14건 중 10건(71%)은 수심위 의견을 수용했다. 수심위 의견을 거부한 4건은 검찰의 수사·기소 의지가 확고했던 사건으로 분류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부당합병 의혹 사건 당시 2020년 6월 수심위에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권고가 나왔지만 검찰은 이 회장을 기소했다. 수심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첫 사례였다.

이 회장 프로포폴 사건에서도 2021년 3월 수사 중단 권고가 나왔고, 기소 여부는 7대 7(1명 기피 결정)로 과반 찬성을 얻지 못했지만 검찰은 이 회장을 벌금 50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채널A 사건으로 수사받을 때 열린 수심위도 수사 중단과 불기소 의견을 냈는데 검찰은 한 검사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했다. 한 위원장은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됐다.

가장 최근 수심위 의견도 검찰은 따르지 않았다. 원전 폐쇄 사건 관련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배임교사 혐의 추가 기소’ 여부를 두고 2021년 8월 열린 수심위는 수사 중단, 불기소를 권고했다. 검찰은 보강 수사를 진행한 끝에 2022년 9월 혐의를 추가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고 법원이 받아들였다. 검찰총장이 직권 소집한 수심위 의견을 수사팀이 받아들이지 않은 유일한 사례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