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국회 발의된 ‘의사조력자살’ 법안은 한동안 파장을 일으켰다. 의사조력자살은 일찍부터 의료계와 법조계에서 논의해왔지만 한국에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컸다. 그런데 한 달 후 국민의 82%가 이 법안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학계와 종교계는 큰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여론조사의 문항 자체가 다분히 찬성을 유도하고 있어 신뢰하기 어렵다거나 국민의 준엄한 요구이니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는 의견까지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다른 여론조사에서 의사들에게 한국에서의 존엄한 죽음이 가능한가 물었을 때 86.5%가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연명의료, 임종 시기 및 장소에 대해 환자의 의지가 전혀 반영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오늘날 우리 국민 넷 중 셋이 병원에서 죽는 것을 감안할 때 한국인의 죽음의 모습은 명료하게 그려진다.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집이 아닌 병원으로 옮겨지고, 일방적인 연명의료가 행해지며 그 과정에서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경제적, 심리적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죽음은 전혀 존엄하지 않기에,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적으로 자살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의사조력자살은 의학적인 해결 방법이 없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일부 말기 환자에게만 적용되기에, 해당 법안이 통과된다 해도 국민들의 죽음의 질이 개선될 리 만무하다. 존엄하게 죽을 수 없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는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까?
흔히 이해할 수 없는 범죄자의 범행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그의 성장 과정부터 살펴보는 것처럼, 복잡한 사회 문제 역시 그 역사적 맥락을 짚어보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이제부터 이 지면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병원 임종과 연명의료가 어떻게 보편화됐는지 역사적 사건들을 통해 하나하나 살펴볼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무엇을 간과했고, 앞으로의 논의는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제안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죽음이 더 이상 나와 주변에 비극이 되는 것을 막고, 존엄한 죽음을 통해 삶이 완성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