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계 심화 기대” 환영 속… 바이든 “대만 독립 지지 않는다”

입력 2024-01-15 04:07
대만 집권 민진당 지지자들이 13일 저녁 타이베이 한 거리에서 라이칭더 총통 후보의 당선 소식이 발표되자 환호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국 정부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승리한 것을 축하하면서 대만과의 비공식 관계가 강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과의 긴장 고조를 염려한 듯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라이칭더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며 “우리는 대만 국민이 민주주의와 선거 제도의 강건함을 확인한 것도 축하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은 양안 관계에 있어 평화와 안정 유지, 이견에 대한 평화로운 해법 모색, 강압과 압박으로부터 자유를 약속한다”면서 “대만 지도자들과 협력해 공동의 이익과 가치를 증진하고 ‘하나의 중국’ 정책 및 대만관계법에 따라 오랫동안 이어온 비공식 관계를 심화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 국무부가 축하 성명을 낸 것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 위반이라며 항의했다.


미국은 비공식 대표단을 대만에 파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재대만협회(AIT)는 14일 스티븐 해들리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국무부 부장관이 대만을 찾는다고 밝혔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과 영 킴 인도·태평양소위원장, 민주당 소속 그레고리 믹스 외교위 간사는 “허위 정보와 군사적 압력으로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 중국의 시도를 규탄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한 대만 국민에게 박수를 보낸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들이 대만 선거 결과에 대한 의견을 묻자 “우리는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대만에서 친미·독립 성향 리더십이 유지되면서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윤선 연구원은 “중국은 라이 당선인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정광 베이징연합대 대만연구소 부소장도 “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 전망은 매우 암울하고 대립과 충돌이 일상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가장 꺼려온 후보가 당선됐다”고 지적했고, 폴리티코도 “양안 관계를 둘러싼 미·중 긴장이 고조될 위험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중국이 선거 결과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단하지는 않겠지만 군사적 강압으로 대응키로 한다면 도발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선거 결과를 환영하면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세계 안보·번영의 열쇠라는 점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중국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모든 시도가 역효과를 낼 것”이라며 “외부 세력은 도발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내놨다.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은 “민주적인 선거의 원활한 실시와 라이 후보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자 주일 중국대사관은 “중국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