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줄 가운데에 서려고 애썼던 기억이 없는 것 같다. 그저 제일 뒷줄이 편했다. 삶을 돌아보면 무엇이든 하나님이 허락하셨기에 이룬 것이었지 내가 무얼 하고자 앞장서서 이뤄왔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주어진 삶에 충실했을 뿐 거창한 목적을 세우고 살지 않았다랄까.
그간 ‘역경의 열매’ 기고 제안을 수차례 받아왔지만 그럴 때마다 여러 이유를 들어 정중히 고사한 이유이기도 했다. 삶을 돌아봤을 때 그렇게 획기적이었다 할 만한 사건도 없었거니와 목회 목표를 거창하게 세우고 살아오지도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루하루의 삶에 충실했을 뿐이었다.
한편으로는 과거 이야기를 상기해 다시 쓴다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과거 상황을 오늘날 내 상황에서 주관적으로 평가하고 결론 내리는 것이 옳은 일인가 싶기 때문이다.
일생 기쁘고 좋은 일만 가득 찬 이가 어디 있겠는가. 삶을 돌아보면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생각하라 하나님이 이 두 가지를 병행하게 하사 사람으로 그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는 전도서 7장 14절 말씀이 떠오른다.
두 개의 평행선으로 이뤄진 기찻길이어야만 기차가 굴러갈 수 있듯 우리네 인생도 형통함과 곤고함이라는 평행선 위를 달리는 기차와 같지 않을까 한다. 우리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그저 좋은 날에는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곤고한 날에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바가 뭔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우리 인생 아닐까.
삶에서 항상 하나님은 모든 걸 미리 준비하고 계셨다는 걸 느낀다. 그래서 내 신앙의 신조도 준비하시는 하나님을 뜻하는 ‘여호와 이레’다. 내 삶을 성경 인물로 굳이 비유하자면 디모데와 같다고 생각한다. 바울처럼 극적인 사건을 겪은 것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유진 피터슨 목사가 쓴 ‘다윗:현실에 뿌리박은 영성’이라는 책을 좋아한다. 다윗의 생애를 다룬 이 책의 제목처럼 나 역시 ‘현실에 뿌리박은 영성’과 같은 신앙생활을 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상 깊었던 영화 중 하나를 꼽으라면, ‘국제시장’(2014)이다. 전쟁을 피해 미군의 상륙함(LST)을 타고 피란길에 올랐다가 이산가족이 된 주인공의 이야기가 내 이야기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90년 전인 1934년 8월 11일. 난 황해도 은율군 자작농 집안 삼 남매 중 늦둥이 막내로 태어났다. 1951년 6·25전쟁 통에 홀로 월남해 지금까지 혈혈단신으로 살아왔다. 전선(戰線)이 오르락내리락을 거듭하던 당시 부모님께서는 ‘유엔군이 북진할 테니 석 달만 남한에 내려가 있으라’고 권유하셨고 그렇게 난 열여섯 살의 나이에 남한 땅에 홀로 내려온 후 지금에 이르렀다.
약력=1934년 황해도 은율군 출생. 총회신학교 대학원, 미국 시카고신학대학원 졸업, 미국 한인연합교회 담임목사, 아세아연합신학대학교 총장,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이사 역임, 현 웨이크사이버신학원 명예이사장, 성경적성경연구원 원장.
정리=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