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언어로 복음 전하자” 성경 번역 사역에 온힘

입력 2024-01-16 03:07
김운용 남영미 선교사가 2021년 12월 파푸아뉴기니 아제라 부족을 방문해 선교사의 안전을 지켜주는 ‘지킴이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다. 남영미 선교사 제공

“지금까지 저와 가족을 위해 살았던 삶을 내려놓고 이제부터는 하나님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2009년 인도네시아 단기선교 중 남편 김운용(58) 선교사의 고백을 시작으로 주님이 일하기 시작하셨습니다. 제 마음(남영미 선교사·58)에도 소원을 주시며 기도하게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창조 목적대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찬란한 면류관을 예비해서 예수님께 경배드릴 수 있게 해 주세요. 남편에게 주신 지식과 달란트를 쓰시기 원하신다면 그 길을 열어주세요.” 이 기도를 드린 지 일주일 만에 주님은 우리 부부를 성경 번역 선교사로 부르셨습니다. 2014년 12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연구 교수직을 내려놓고, 한동대학교 성경번역선교회(GBT)의 선교사들에게 언어학을 가르쳤습니다.

2016년부터는 파푸아뉴기니의 ‘위클리프 성경 번역 선교회’의 자매기관인 ‘하계 언어학 연구소(Summer Institute of Linguistics; SIL)’에서 성경 번역 선교사로 사역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 부부는 언어학 자문, 교육, 사전 편찬, 문서 보관, 디지털 웹 서비스 사역을 해오고 있습니다.

파푸아뉴기니에는 890여종 이상의 지역 언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언어학 자문 위원으로 활동하며 성경 번역 선교사들에게 언어에 대해 자문하고 바른 문법을 쓰도록 돕고 있습니다. 각각의 언어에 나타나는 특이성을 언어학 안에서 설명하고 기존 학계에 보고된 내용과 ‘같음’과 ‘다름’을 볼 수 있도록 도와 선교사들이 성경을 번역하는 언어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성경 번역의 오역을 줄이고 잘 읽히는 성경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주요 사역 중의 하나입니다.

김운용 선교사가 2021년 10월 파푸아뉴기니 우카룸파센터에서 시아씨 부족의 크래투스 형제에게 부족어 사전 편찬에 대해 가르쳐 주고 있는 모습. 남영미 선교사 제공

또 현지인 조력자들에게 언어학 훈련을 시켜 자신들의 언어로 성경을 번역하도록 돕고 사전을 직접 만들 수 있도록 가르칩니다. 사전이 완성되면 이것을 종이나 앱으로 출판하고, 온라인에서도 사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웹사이트 ‘웨보네리’에 업로드하는 작업을 돕고 있습니다.

성경 번역을 하는 과정 중에 생성되는 문어 자료와 녹음으로 된 구어 자료들은 PDF파일로 변환해 보관합니다. 모아진 자료들은 인터넷에 공개해 성경 번역 선교사들이 언제든 다운로드할 수 있도록 디지털 웹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파푸아뉴기니의 종족은 대부분 미전도 종족입니다. 이들에게 자신들의 언어로 된 성경을 전하는 것은, 그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과 구원의 의미를 이해하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아직 많은 이들이 모국어로 번역된 성경이 없어 이해하기 힘든 공용어나 다른 부족어로 된 성경을 읽고 듣습니다. 복음이 바르게 전해지지 못해 토착종교와 섞여 또 다른 형태의 종교로 변종돼 왔습니다. 우리가 읽고 있는 성경도 믿음의 선배들이 피를 흘리며 우리 손에 전해줬던 것처럼, 한 부족에 모국어 성경이 들어가기까지 사단은 늘 쉽게 길을 내어주지 않습니다.

지금도 파푸아뉴기니에는 열악한 환경과 치열한 영적 전쟁을 싸우며 모국어 성경을 번역하는 선교사들이 있습니다. 저는 여러 번의 영적 전쟁을 겪으며 신장암 수술도 받고 육체도 연약해졌습니다. 여호수아가 아말렉과 싸울 때 모세와 아론과 훌이 기도로 함께해 승리했던 것처럼 파푸아뉴기니의 모든 민족에게 성경이 전해지기까지 많은 중보기도자를 붙여 주시길 기도합니다.

파푸아뉴기니=글·사진 남영미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