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서 영감 얻고 토크쇼 예배도… 불신자 거부감 없이 다가와

입력 2024-01-15 03:05
이제일 인천제일교회 목사가 지난 10일 인천 남동구의 교회 본당에서 표어 ‘새로운 10년’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인천=신석현 포토그래퍼

이제일(41) 목사는 2014년 인천제일교회에 부임했다. 10년이 지나는 사이 90명 남짓이던 교인은 10배 넘게 성장했다. 지난 10일 인천광역시 남동구의 교회에서 이 목사를 만나 그가 말하는 ‘젊은 목회’ 이야기를 들었다. 이 목사는 막힘 없이 자신의 목회와 다음세대, 선교에 대한 비전을 털어놓았다.

전통 위에 얹은 파격

남동구에는 인천제일교회라는 이름의 교회가 두 곳 있다. 하나는 이 목사가 시무하는 교회이고 다른 하나는 이 목사의 아버지인 이규학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 전 감독이 세운 교회다. 이 전 감독은 10년 전 이단에 넘어갈 위기의 교회를 매입했다. 이 곳이 바로 이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다. 교회는 당시 미국 시카고에서 유학생 목회를 잘 하고 있던 이 목사를 담임으로 청빙했다. 처음에는 고민했다는 이 목사는 교회의 간절한 부탁을 결국 수락했다고 한다.

30대 초반의 젊은 목사는 전통적인 방식의 예배에 파격을 얹었다.

도전의 아이디어는 의외로 광고 영상에서 얻는다고 했다. 실제 이 목사의 취미는 광고 시청이다. 짧은 시간 펼쳐지는 감각적인 영상과 문구 속에서 목회 영감을 캐낸다. 이 목사는 “모든 답은 성경에 있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교인들에게 메시지의 본질을 전하기 위해 현대적 감각이 필요하다”며 “유행에 민감한 현대인들이 무엇에 열광하는지 파악하기에 광고는 좋은 도구”라고 설명했다.

교회의 주일 낮 예배는 오랜 전통을 따른다. 다양한 부류의 청중에게 감동을 주기 위해 성경에 기반을 둔 시리즈 설교를 하고 있다. 하지만 1년에 두 차례 드리는 ‘열린 예배’는 다르다. 음악을 가미한 토크쇼 형식으로 진행한다. 강대상을 치운 자리에 둔 의자에 앉아 교인과 대화하듯 말씀을 전한다.

해마다 맥추절이 되면 ‘동성애는 죄인가’ ‘그리스도인은 술을 마셔도 되는가’ 등 민감한 주제를 바탕으로 교인과 토론도 한다. 성도들이 궁금해하는 내용에 답을 하는 ‘등 긁어주는 목사님’이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 목사는 “전통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 이런저런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데 교회를 처음 찾은 불신자들이 좋아해 주신다”며 “우리 교회에 새로 등록하는 분들은 대부분 기존에 교회를 다니지 않던 분들로 정말 새신자”라고 소개했다.

지난해부터는 교회 체질을 선교적으로 변화시키기로 한 뒤 아동부 교육과정부터 개편했다. 매달 새로운 나라를 정해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게 골자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해당 국가를 위해 기도하고 선교 비전을 품도록 안내한다.

이 목사는 “지난해 지구촌 곳곳에서 지진과 전쟁이 일어났는데 그 나라들을 위해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을 하더라”며 “새해에도 우리 교회는 ‘미셔널’(선교적)이라는 키워드를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앙의 근육 단련해주는 목회

보디빌더를 연상케하는 이 목사지만 학창시절에는 체중이 60㎏도 안 나갈 정도로 말랐다고 한다. 그는 “가녀린 어깨를 후천적으로 키웠다”고 했다. 운동을 통해 몸만 건강해진 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그리스도인의 삶을 생각하게 했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근력 운동은 단조로움과의 싸움입니다. 반복적인 루틴을 통해 근육을 얻을 수 있죠. 신앙생활도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가끔 반복되는 예배, 말씀·기도 생활에 대한 회의에 빠질 수 있는데 이를 반복해야만 신앙의 열매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는 근육과 신앙 동반 성장 예찬론자다. 이 목사는 “과부하가 걸려 찢어진 근육에 영양분을 공급하면 회복 과정에서 부피가 커진다”면서 “신앙도 마찬가지인데 영적으로 찢어지고 다쳤을 때 ‘치킨에 맥주 한잔’ 하는 대신 하나님을 붙잡으면 신앙 근육이 자라난다”고 조언했다.

이 목사에게는 사춘기 때 겪은 지독한 가난이 신앙 성장의 기회가 됐다. 아버지가 시무하던 교회 예배당 건축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 외환 위기가 닥쳤다. 이때부터 이 전 감독은 10년 동안이나 사례비를 받지 못했고 가정은 휘청거렸다.

이 목사는 “가방이 다 떨어졌는데 새 가방 사줄 형편이 안 됐던 어머니께서 날마다 꿰매주셨던 기억이 난다”며 “하교 시간이 되면 하얀 실이 늘어나 다시 벌어졌는데 그게 그렇게 부끄러웠다”고 했다. 하지만 가난의 기억이 결국 하나님의 맞춤 처방이 된 셈이었다.

이 목사는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목사의 길을 포기하려던 순간이었지만 오히려 이 시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다”며 “그때의 상처와 아픔이 어려운 이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자양분이 됐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청년들에게 선배처럼 다가가는 목회자다. 지난해부터는 청년들을 위한 연합집회인 ‘유스원크라이’ 기도회 강사로 합류했다. 집회에서 만난 이들을 향해 ‘하나님의 처방’을 강조한다. 이 목사는 “요셉도 고난 속에 팔려갔지만 그 고난을 통해 고대 근동 400년 번영을 이끈 지도자가 됐다”며 “삶의 모든 고난은 우리 삶을 빚으시는 하나님의 처방이라는 메시지를 다음세대에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인천=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