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감사원 뇌물수수 사건’ 반송에… 공수처 “접수 거부”

입력 2024-01-13 04:03

검찰이 감사원 3급 간부 뇌물수수 사건을 추가 수사하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돌려보내자 공수처가 접수를 거부하겠다고 반발했다. 공수처가 공소 제기를 요구한 사건을 검찰이 반송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으로, 두 수사기관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12일 “사건 관계서류와 증거물 일체를 다시 공수처에 이송했다”고 밝혔다. 사건을 형사5부(부장검사 이준동)에 배당해 증거와 법리를 검토했지만,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검찰은 “검찰에서 혐의를 재검토하고 판단·결정하기보다 공수처에서 추가 수사를 진행해 증거를 수집하거나 법리를 재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공수처가 추가 수사 결과를 다시 보내오면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공수처는 검찰의 사건 이송이 법적 근거가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 뒤 검찰에 공소 제기를 요구하며 수사기록과 증거물 등을 검찰에 송부한 것이고, 검찰은 자체 보강 수사를 거쳐 기소·불기소 처분을 하면 되는 것”이라며 “사전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는 조치를 한 검찰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사건 서류가) 도착하지 않았고 오더라도 접수하지 않을 예정”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사건은 공수처가 2021년 10월 감사원 의뢰로 수사에 착수하며 시작됐다. 감사원 3급 간부 김모씨가 2013년 전기공사 업체를 차명으로 설립해 운영하면서 감사 대상이었던 건설·토목 기업으로부터 전기공사 하도급 대금 명목으로 15억 8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것이 의혹의 골자다. 공수처는 지난해 11월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증거 부족과 반대 신문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공수처법상 감사원 3급 이상 공무원의 수뢰 혐의는 공수처가 수사할 수 있는 고위공직자 범죄에 해당하지만, 기소권은 검찰에게만 있다. 공수처의 기소 권한은 대법원장·대법관·검찰총장·판사·검사·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