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제도권 입성… 증시서 쉽게 사고판다

입력 2024-01-12 04:06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공식 승인한 11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거래금액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윤웅 기자

미국 금융 당국이 비트코인에 대한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소 상장을 공식 승인했다. 가상자산 연계 상품이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자본시장의 혁신이 가속화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미 당국은 가상자산으로서의 비트코인 상장을 승인한 것은 아니라며 보다 신중한 투자를 당부했다. 다만 국내 증권사를 통한 비트코인 ETF 투자는 당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10일(현지시간) “그레이스케일, 블랙록, 피델리티, 비트와이즈, 해시덱스 등 11개 현물 비트코인 상장지수상품(ETP)의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한다”고 밝혔다. SEC는 상장지수펀드를 뜻하는 ETF 대신 ETP 용어를 사용한다. 이날 SEC 승인 결정에 따라 11개 비트코인 현물 ETF는 11일부터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된다.


이번 결정으로 가상자산 시장은 전환점을 맞았다. 로이터통신은 “변동성 등의 이유로 당국의 규제 대상이 됐던 가상자산업계가 반등할 기회”라고 평가했다.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승인으로 개인과 기관투자가 모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서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고 안정성이 있는지 시험해볼 시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변동성이 큰 가상자산 자체의 투자 위험성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위원회 조치는 비증권 상품인 비트코인을 보유한 ETP에 국한돼 있다”며 “비트코인 자체를 승인하거나 보증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치가 연계된 상품과 관련한 무수한 위험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상자산 시장은 초반에 높은 변동성을 보이다 장기적으로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날 국내 거래소 빗썸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한때 6500만원 가까이 올랐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비트코인 현물 ETF에 총 1000억 달러(약 130조원)가 유입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국내 증권사를 통한 비트코인 ETF 거래는 현재로서는 어렵다. 가상자산이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기초자산이 아니고 금융투자업자가 판매할 수 있는 투자 중개 상품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 권고에 따라 비트코인 ETF 매매 지원이 불가하다고 투자자들에게 안내했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증권사가 해외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며 “다만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이 7월 시행되는 등 규율이 마련되고 있고, 미국 등 해외 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심희정 기자,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