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 경영 정상화 과제는 산적

입력 2024-01-12 04:04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지난 9일 서울 영등포구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워크아웃 관련 추가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윤웅 기자

태영건설이 기업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에 돌입한다. 유사시 사주 일가 사재 출연과 SBS 지분까지 내놓겠다고 한 태영그룹 자구안에 채권단이 화답한 것이다. 다만 워크아웃이 개시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난항이 예상된다.

11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태영건설 주채권 은행인 KDB산업은행이 이날 워크아웃 개시 여부에 대해 팩스나 이메일 등 서면으로 채권단 의견을 받은 결과 75% 이상이 동의했다. 서면 접수 마감 시한이 자정까지였던 만큼 당초 최종 결과 발표는 12일로 예상됐지만 채권단 4분의 3 이상이 마감 시한 전에 워크아웃 찬성 의사를 밝혀 가결 요건을 일찍 충족했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때만 해도 600곳이 넘을 정도로 많은 채권단의 뜻을 하나로 모을 수 있을지 불투명했다. 태영그룹의 진정성을 놓고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그러나 태영그룹이 기존 자구안 이행 확약을 마치고 추가 조치까지 내놓으면서 금융 당국이 “태영건설 회생 의지를 확인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채권의 33%가량을 지닌 은행권이 먼저 찬성 입장을 밝혔고 5대 금융지주 계열사와 국민연금, 주택도시보증공사 등 정부 입김이 닿는 채권자도 금융 당국 결정을 따랐다. 복병으로 꼽히던 지역 새마을금고와 NH농협 등 제2 금융권도 금융 당국과 산은의 독려에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과 태영그룹은 즉시 논의에 착수해 오는 4월 11일 제2차 채권자협의회에서 태영건설 경영 정상화 계획을 확정한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우발 채무가 드러나는 등 추가 자금 소요가 발생하면 채권단 간 이견이 불거질 수 있다. 전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중 일부에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일부 제2 금융권 채권자가 이탈할 우려도 있다. 태영그룹이 약속한 자구안을 하나라도 지키지 않을 때에도 워크아웃은 중단된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향후 워크아웃이 중단될 수 있는 소지는 많다. 워크아웃 개시는 첫 번째 고비를 넘긴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증시는 이미 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를 반영해 급등했다. 태영건설은 전 거래일 대비 18.77% 상승한 37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가격 제한 폭에 가까운 29.65%(411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3.3% 오른 4845원, 티와이홀딩스우는 4.39% 상승한 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BS는 0.73% 하락해 2만7350원의 종가를 기록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