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찾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엑스포 ‘유레카 파크’의 첫인상은 활기가 넘치는 시장터 느낌이었다. ‘SAMSUNG’처럼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없는 신생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유일한 방법은 ‘번호’였다.
촘촘한 미로 사이를 한참 헤매다 ‘61701’이 적혀 있는 부스를 만났다. ‘CES 2024’ 혁신상을 받은 스타트업인데, 미국 기업답게 특허를 30개나 등록했다. 직원은 다짜고짜 의자에 앉히더니 몇 번째 손톱에 어떤 색 매니큐어를 바르고 싶은지 물었다. 기계에 엄지손가락을 접은 채 손을 넣고 작동 버튼을 누르고 나서 3분 뒤 약간은 어설프지만 매끈한 네일 아트가 완성돼 나왔다. 주위에 모인 관람객은 “스스로 바르는 것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물었다. 미국 스타트업 님블뷰티가 만든 제품으로, 인공지능(AI)과 로봇공학 기술을 접목한 기기 안에 있는 고해상도 마이크로 카메라가 손톱을 스캔하고 5개 축의 로봇팔이 손톱에 페인팅한다. ‘재택 네일 살롱’인 셈이다. 이 회사 직원은 “가격은 대당 599달러다. 매니큐어 캡슐은 33가지 색상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들른 ‘62100’에는 인간과 똑 닮은 모형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네덜란드 전시관에 부스를 차린 이 회사의 이름은 ‘메디컬 X’. 한참 뒤에 의료진을 위한 전신 환자 시뮬레이터를 만드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됐다. 손을 가져다 대면 눈을 감는 동공 반응은 물론 치아를 떼고 붙이는 것도 가능한 기술력을 갖춘 제품이었다. 병원 명찰을 찬 한 관람객은 “여태껏 봤던 시뮬레이터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다. 굉장히 유용해 보이는데 시판하는 건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전시관 안쪽으로 들어가니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받아 부스를 차린 국내 스타트업이 분주하게 ‘예비고객’을 맞고 있었다.
자동으로 파스타나 국물 요리를 해내는 ‘쿠킹로봇’을 출품한 푸드테크 기업 크레오(CREO) 관계자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예상외로 호응이 좋아 놀랐다”며 “한 업체는 150개 체인에 제품을 넣어줄 의향이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늘이 바로 미국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날”이라고 활짝 웃었다.
삼성전자 ‘C랩 전시관’에도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는 외부 스타트업 대상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로 육성한 스타트업 10개, 사내 벤처에서 분사해 창업한 스타트업 3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인 ‘C랩 인사이드’ 과제 2개 등 역대 최다인 15개의 업체가 참여했다. 메타버스 기반의 홈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피바(FIVA)는 2020년 스핀오프한 경우다. 초기 운영자금 7억원은 삼성의 지원을 받았고 올해 하반기 처음으로 펀딩에 도전한다. 2017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UX디자이너로 입사했다가 창업에 관심이 생겨 C랩 인사이드를 거친 서른 살의 젊은 여성이 만든 회사다. 이서희 피바 대표는 “C랩 인사이드에서는 AI가 춤을 가르쳐주는 앱을 개발했는데, 홈트레이닝 아이템으로 전환해 이제 론칭한 지 두 달 됐다. 앞으로 게임 기능을 추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라스베이거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