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LS, 포스코, SK 등 굴지의 대기업들이 중국 이외의 희토류 공급처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세계 희토류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규제 움직임을 보이면서 공급망 불안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희토류는 이차전지, 반도체, 첨단무기 등을 만들 때 필요한 미래산업의 핵심 원료다. 매장량이 적은 17가지 종류의 희소 광물이다. 구체적으로 영구자석 원료인 테르븀과 디스프로슘, 풍력발전 터빈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충전식 배터리 제조에 활용하는 란타늄 등이 대표적인 희토류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무역 제재의 수위를 계속해서 높이자, 중국 정부는 지난해 12월 희토류 가공 기술의 수출을 금지했다. 희토류 추출과 분리에 사용하는 기술의 해외 이전을 차단한 것이다. 앞선 11월에는 수출하는 희토류의 종류, 수출처 정보 등을 중국 정부에 보고하도록 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는 더 강화될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세계 희토류 생산의 60%, 희토류 가공 및 정제 산업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사활을 걸고 있다. LS에코에너지(전 LS전선아시아)는 지난 10일 베트남 흥틴 미네랄과 희토류 산화물 구매 계약을 맺었다. LS에코에너지는 흥틴 미네랄이 베트남에서 정제한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을 확보해 국내외 영구자석 업체에 판매할 예정이다. 영구자석은 전기차 모터, 로봇, 풍력발전 터빈 등에 들어가는 구동모터의 핵심 부품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과 성림첨단산업은 미국에 네오디뮴 기반 영구자석 공장을 짓는 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 의회는 자국 내 영구자석 사업을 키우려는 목적에서 미국산 희토류로 영구자석을 만들면 ㎏당 3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두 회사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다면, 영구자석 생산에 필요한 희토류(네오디뮴)는 미국산을 활용할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성림첨단산업은 2022년 대구에 연산 1000t 규모의 생산공장을 완공한 국내 유일 영구자석 생산업체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2022년 호주의 아라푸라리소시스와 희토류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이에 따라 2025년부터 7년간 연간 1500t의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영구자석 원료) 산화물을 확보했다. SK그룹 역시 희토류가 풍부한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은 지난해 9월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희토류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부족, 초기 투자 비용 과다 등 문제로 국내 산업계의 투자가 여전히 부족하다”며 “정부 주도의 희토류 산업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11일 “세계 자원전쟁에서 희토류 확보는 각 국의 공통된 고민사항”이라며 “선점효과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