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지식·찬양 챔피언 가린다… 전국서 모인 2700여명 열기

입력 2024-01-12 03:00
한 주일학교 학생이 11일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에서 열린 전국성경고사대회에서 OMR카드에 답을 옮겨 적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성경 지식을 비롯해 찬양·율동 등의 실력을 겨루는 ‘주일학교 올림픽’이 열렸다. 교단 차원에서 반세기 넘도록 이어진 다음세대를 위한 신앙교육 대회다. 서해 최북단 백령도를 비롯해 제주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음세대 학생들은 5개 종목에서 열전을 펼쳤다.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못하는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율동을 하고, 성경고사를 치르고 성경 말씀을 암송하는 풍경 속에서 한국교회 다음세대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귀하고 귀하다 우리 어머니가 들려주시던 재미있게 듣던 말 이 책 중에 있으니 이 성경 심히 사랑합니다.”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랑의교회(오정현 목사) 본당. 찬송가 199장 ‘나의 사랑하는 책’이 울려 퍼진 뒤 시험이 시작됐다. 축구장(7140㎡)보다 큰 8418㎡(2546평) 규모의 본당은 전국에서 모인 1600여 참가자의 시험지 넘기는 소리로 채워졌다.

이날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전국주일학교연합회(회장 김방훈 장로)가 주최한 ‘제53회 전국성경고사대회’엔 장년부 136명을 비롯해 초·중·고등학생 1500여명이 응시했다. 참가자 대부분은 지난해 노회별 대회에서 입상한 이들이다.

‘최초의 이방인 교회로 그리스도인이라는 호칭을 얻었고 바나바와 바울이 협력해 더욱 견고해진 교회는 어디인가요?’(초등 1학년) ‘바울은 질그릇 같은 우리에게 무엇이 있다고 했나요?’(중 2학년)

문제를 마주한 고사대회 참가자들은 눈을 질끈 감고 성경 구절을 곱씹거나 암송한 성경말씀을 시험지에 복기하는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오답을 거르고 정답을 찾아나갔다.

수원제일교회(김근영 목사)에 출석하는 이요셉(가명·12)군은 “2주 동안 매일 2~3시간씩 기출문제를 반복해서 봤다”며 “학교 공부보다 더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만점을 받을 자신은 없다”고 말했다. 최근 2024학년도 정시 모집에서 서울대에 원서를 낸 권예은(19·사랑의교회)양 역시 “만점을 목표로 밤을 새웠다”면서도 “긴가민가한 문제가 7개 정도 된다. 입상이라도 하면 좋겠다”며 웃었다. 학년별 성경고사 만점자(특등)에겐 상품권(10만원)이 수여된다.

경기도 안양 늘사랑교회 초등부 학생들이 같은 장소에서 열린 전국찬양경연대회에서 합창하는 모습. 늘사랑교회 제공

성경고사 채점이 진행되는 동안 교회 내 다른 공간에선 찬양·율동·워십경연대회가 각각 진행됐다. 찬양경연대회는 합창·중창·독창 부문으로 나눠 진행됐는데 모두 1070명이 참가했다. 백령도에 있는 백령한사랑교회(김주성 목사) 중고등부 학생들은 CCM ‘사랑이란 나누어 주는 것’으로 중창 부문에 도전장을 냈다.

율동·워십경연대회는 부서별로 진행됐다. 유치부·초등부는 율동을, 중등부·고등부 학생들은 워십을 선보였다. 경쟁이 가장 치열했던 부문은 초등학교 1~3학년 개인 율동. 부산·대구·광주 등에서 온 어린이 34명이 금상을 놓고 앞다퉜다.

김방훈 회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일학교가 축소되고 있어 염려했는데 지난해보다 참가자가 늘었다”며 반색했다. 김 회장은 “대회 취지는 ‘모든 입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주라 시인하여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라’(빌 2:11)에 있다”며 “참가자 모두가 지금껏 배운 말씀과 찬양을 마음에 새기길 바란다. 암송한 말씀은 앞으로의 삶에 등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