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에 탄 뒤 “헬로(Hello·안녕)”라고 인사하자 차량 내부 화면에 켜졌다. “오늘 어떠냐”는 질문에 “별다를 게 없고, 맡은 일을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미국에서 “한국에 가고 싶다”는 다소 엉뚱한 발언에도 “근처에 한국 식당이 여러 곳 있다”며 내부 화면 지도 위에 여러 한국 식당을 표시했다. 다시 “한국에 가고 싶다”고 말하자 가장 가까운 식당으로 길 안내를 시작했다.
이는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델레이 호텔에서 열린 폭스바겐 기자간담회에서 ‘아이다(IDA) 음성비서’와 대화한 내용이다. 폭스바겐은 세계 최대의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4’에서 IDA 음성 어시스턴트에 인공지능 기반 챗봇인 챗 GPT를 통합한 차량을 선보였다.
기존에 내비게이션 기능을 넘어선 ‘개인 비서’ 수준의 음성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폭스바겐은 “지속해서 업데이트되는 인공지능(AI)을 통해 더욱 풍부한 대화, 질문에 대한 대답, 차량 정보 제공 등 다양한 측면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폭스바겐은 운전자가 음성비서의 도움을 받아 차량 내 온도를 조절하고, 의류 수선집을 찾는 등 다양한 장면을 소개했다.
AI에 기반한 음성 서비스를 선보인 건 폭스바겐뿐만이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전시장에서 자체 개발한 차량용 운영체제 ‘Mb.OS’에 지능형 서비스를 통합한 ‘MBUX 가상 비서’를 공개했다.
벤츠의 가상 비서 역시 학습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카페를 가고 싶다고 할 때 단지 근처 카페를 알려주는 것에서 나아가 운전자의 특성에 맞는 카페 소개로 발전한다는 얘기다.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경영자(CEO)는 이런 기능에 대해 “마치 사람과 주고받는 듯한 상호작용을 제공해 탑승자의 디지털 경험을 혁신 중”이라고 말했다.
전시장에서 체험한 벤츠의 가상 비서는 “근처 카지노를 안내해달라”고 하자 근처에 있는 카지노를 화면에 표시해줬다. 벤츠는 탑승자의 운전 스타일과 기분에 맞춰 작동하는 기능도 갖췄다고 설명했다.
BMW도 대형언어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를 탑재한 ‘BMW 지능형 개인 비서’를 소개했다. 아마존의 음성인식 기술인 알렉사(Alexa)를 활용해 다양한 문장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BMW는 올해 내로 ‘BMW 오퍼레이팅 시스템 9’이 탑재된 차량에 이 기능을 적용할 계획이다.
BMW 측은 “아마존의 알렉사 보조 기능으로, BMW 운전자는 더욱 많은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고객이 운전대에서 손을 계속 얹고 도로를 주시할 수 있게 되면서, 차량 안전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CES에서 ‘대세’라고 입증된 지능형 음성비서 기술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고객 경험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장 필수적인 기술 중 하나”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