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력으로 살피는 하나님의 우주적 구원 경륜

입력 2024-01-12 03:05

예배소품? 멀리서 책 제목만 보고 ‘무슨 책이지’란 생각이 들었다. 당최 어떤 책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았다. 예배를 위한 아기자기한 작은 장식품(소품)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를 소개하는 책인가 싶기도 했다. 책을 받아보고 겉표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부제가 눈에 띈다. ‘교회력에 따른 52주 설교와 예배 곡 묵상 모음.’ 세로로 적힌 교회력 절기도 보인다. 대림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 고난주간 부활절 성령강림절…. 아, 이제 어떤 책인지 감이 잡혔다.

무엇보다 교회력에 따른 설교가 나왔다는 것이 반가웠다. 게다가 찬양사역자가 절기에 맞는 현대적 예배음악곡을 선정해 설명했다는 점도 놀라웠다. 경쾌한 필치지만 절대 가볍지 않은 메시지 모음집이다. 주석학적으로 견실하고 읽는 이를 배려한 독자 친화적 글쓰기가 돋보인다. 52주 설교와 찬양이 들어있으니 목회자나 설교자는 각자 나름대로 책에 담긴 메시지를 새롭게 각색해 예배와 설교에 사용해도 좋을 것 같다.

교회력을 논하는 이유는 단지 절기를 잘 지키자는 뜻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따라 구성된 교회력은 그분의 생애를 통해 하나님의 구원 계획이 역사에서 실행되고 전개되는 장대한 우주적 서사를 담고 있다. 하늘에서 이 땅에 와 온갖 인간의 고난을 체휼하고 마침내 죽는 성자 하나님. 이런 성자 하나님을 죽음 너머 새 생명으로 일으키는 성부 하나님. 천상의 보좌 위로 등극한 성자 하나님과 마침내 하늘 왕국이 이 땅에 올 때까지 소망을 잃지 않고 견디도록 돕는 성령 하나님. 또 주님의 왕권적 다스림 가운데서 늘 담대하게 살아가도록 그리스도인을 격려하는 성령 하나님…. 이 장엄한 삼위일체 하나님의 우주적 구원 경륜이 담긴 서사가 바로 교회력이다.

매년 반복적으로 교회력을 지나면서 그리스도인은 말씀 선포를 통한 하나님의 구원 계획과 집행에 믿음으로 참여한다. 그러면서 구원을 이루는 하나님을 경배하며 찬양한다. 이것이 지금도 지상 교회, 특히 한국교회와 목회자가 교회력의 중요성을 새삼 인지해야 할 이유다.

설교자여, 이 책을 잡아보라. 그리고 하나님의 우주적 구원 경륜을 생각해 보라. 매년 반복해 때맞춰 메시지를 전해보라. 성도의 신앙적 시각과 신학적 견해가 넓어지고 삶의 역동성을 경험하게 될지 모른다.

류호준 교수
(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