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 선정 절차가 계속 공전하고 있다. 김진욱 공수처장 임기 종료가 열흘도 안 남아 당분간 공수처 수장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공수처 수사력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공수처 1호 기소 사건은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선고됐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추천위)는 10일 6차 회의를 진행했으나 이번에도 최종 후보 2명을 선정하지 못했다. 이날 추천위는 추천위원장을 맡은 법원행정처장이 오는 15일 교체되는 점을 감안해 새 법원행정처장 부임 뒤 논의를 진행하기로 하고 40여분 만에 마쳤다. 다음 회의 일정도 결정되지 않았다. 최종 후보 2명은 추천위원 7명 중 5명 이상의 동의를 받아 선정된다. 앞서 오동운 변호사가 후보 중 1명으로 먼저 선정됐고, 나머지 1명을 놓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후보 선정 절차가 지연되면서 공수처장 공백 사태는 기정사실이 됐다. 추천위에서 후보자 2명이 압축돼도, 이 중 1명을 대통령이 차기 처장으로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처야 한다. 김 처장 임기는 오는 20일까지인데 이후 직무대행을 맡게 될 여운국 차장도 이달 28일 임기가 끝난다. 여 차장까지 임기가 만료되면 김선규 수사1부장이 직무대행을 맡는다.
차기 공수처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오 변호사와 김태규 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공수처 차장 자리에 검사 출신을 앉히겠다는 의사를 추천위원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기 공수처’의 2인자는 검찰 출신이 임명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두 사람은 모두 판사 출신이다. 김 부위원장은 “공수처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말하며, 판·검사의 부패 사건 등 원래 공수처의 출범 목적에 충실하게 수사하고, 조직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추천위원들에게 밝혔다고 한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과거 극단적인 발언으로 자질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라 최종 후보가 될지는 불투명하다. 그는 공수처를 ‘괴물 기관’으로, 문재인정부를 비판하면서는 ‘국가 원수를 시해하는 것을 반역이라 볼 수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해 야당의 비판을 받고 있다.
그동안 공수처는 출범 후 직접 기소 사건에서 유죄를 한 건도 받아내지 못했다. 구속영장도 5차례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전부 기각됐다. 공수처 출범 후 첫 번째로 기소한 김형준(54) 전 부장검사는 이날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1부(재판장 구광현)는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부장검사와 박모(54) 변호사를 1심과 마찬가지로 모두 무죄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김 전 부장검사가 직무 관련 금품이라고 인식해 이를 수수하거나 박 변호사가 교부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전 부장검사는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단장이던 2015~2016년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편의를 봐주고 1093만5000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 2022년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신지호 기자 p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