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만에 조선소의 ‘한솥밥’ 관행이 깨졌다.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일부 직원들이 연초부터 CJ가 지은 밥을 먹고 있다. 1973년 조선소 설립 이래 야드(yard·배 만드는 현장) 내 구내식당을 ‘범현대가(家)’ 말고 다른 업체가 맡은 건 처음이다.
10일 HD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울산조선소엔 구내식당 38곳이 있다. 야드 안에 32곳이, 야드 밖에 6곳이 있다. 야드 내 32곳 중 1곳인 생산3관 구내식당을 지난 1일부터 CJ프레시웨이가 담당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 입찰을 통해 선정했다”고 말했다. 나머지 생산4관, 경영본관, 해양기술관 등 구내식당은 전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그린푸드가 계속 맡고 있다.
CJ프레시웨이는 2022년부터 야드 밖에 있는 기술교육원과 기술재(외국인 기숙사) 구내식당을 담당했다. 과거 노조의 구내식당 이원화 요구가 극에 달했던 때 일부 식당이 다른 업체에 개방됐다. 정부가 2021년 ‘일감 몰아주기’를 없앤다며 대기업 구내식당 전면 개방을 선언한 영향도 있었다. 당시 노조는 “전체 식당 중 2곳의 일감 개방으로 독점을 잠재우긴 부족하다. 이를 시작으로 공정한 식당 운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년 만인 올해 CJ프레시웨이는 드디어 조선소의 핵심인 야드 안으로 진출한 것이다. 운영한 지 2주도 안 됐지만 벌써 직원 만족도가 높다는 후문이다. CJ 담당 구내식당이 더 늘 수 있다는 기대도 높다. 그동안 야드 내 직원 사이에서는 “메뉴가 다양하지 못하다”는 불만이 많았다고 한다. 현재 CJ프레시웨이의 야드 내 식사 인원은 2500여명이다. 조선소 하루 식사 인원(3만여명)의 10분의 1에 그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소 구내식당은 조식, 중식, 석식에 야식까지 제공한다”며 “종일 야드에서 일하는 현장직에게 밥은 중요한 복지 중 하나기 때문에 무조건 맛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