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정보 이용 500억 챙긴 증권사 임원

입력 2024-01-11 04:02
연합뉴스TV 캡처

한 증권사 임원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을 주선하며 알게 된 개발 정보로 5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PF 직무 정보를 이용해 시행사에 자금을 사적으로 빌려주고 고금리 이자를 챙기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0~12월 5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부동산 PF 관련한 사적 이익 추구 등 기획검사를 한 결과 검사 대상 증권사 모두에서 문제를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PF 대출로 고수익을 내면서 임직원들에게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는데, 일부 증권사 임직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위법한 행위를 한다는 민원이 지속돼 기획검사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검사 결과 증권사 임원이 사업장 개발 정보로 부당한 이득을 본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브릿지론이나 PF를 주선하면서 알게 된 정보로 사적 이득을 취한 것이다. A사 임원은 본인이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수천만원에 취득한 뒤 500억원에 매각해 이익을 얻었다. 이 임원은 시행사들에 700억원 상당을 사적으로 빌려주고 수수료와 이자 명목으로 40억원 상당을 챙기기도 했다. 이 중 일부는 법정 최고금리 한도인 20%를 넘겨 고금리의 이자를 받았다.

부동산임대 PF 정보를 이용해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산 뒤 매각해 100억원 상당의 매매 차익을 얻은 임원도 있었다. 처분된 부동산 3건 중 1건은 매수인이 CB 발행을 통해 부동산 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임원의 부하직원이 CB 인수·주선 업무를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증권사 직원은 시행사가 또 다른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는 정보를 듣고 지분투자 해 20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대출 승인 대상이 아닌 계열사와 대출 계약을 체결하는 등 증권사 내부의 내부통제가 취약한 점도 적발됐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 확인된 문제에 대해 제재를 추진하고 수사기관에 통보한다는 계획이다. 또 다른 증권사들도 사적 이익을 챙긴 사례가 있는지 집중 검사키로 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