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가 현실로… “비트코인 ETF 승인” 가짜뉴스에 대혼란

입력 2024-01-11 04:08
10일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실시간 거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다는 가짜뉴스 파동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락했다. 연합뉴스

미국 금융 당국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에 “비트코인의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됐다”는 가짜뉴스가 한때 게시됐다가 당국이 “계정이 해킹당했다”며 이를 삭제했다. 15분 동안 벌어진 일이다. 그사이 비트코인 가격은 개당 4만8000달러 부근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했다.

9일(현지시간) 오후 4시11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공식 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했다는 글이 게재됐고, 15분 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엑스에 글을 올려 “SEC 공식 계정이 해킹됐으며 승인받지 않은 트윗이 게시됐다”고 밝혔다. 겐슬러 위원장은 이어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한 바 없다”고 덧붙였다.

SEC도 공식 엑스 계정에서 ‘승인받지 않은 트윗’을 삭제한 뒤 겐슬러 위원장이 언급한 내용을 재확인했다. SEC 대변인은 “가짜 트윗은 SEC나 우리 직원이 만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EC는 법 집행기관 및 정부 파트너들과 협력해 이번 사건을 조사할 방침이다. 엑스의 사업운영 책임자도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SEC 엑스 계정에 올라왔다가 삭제된 글은 “오늘 SEC는 미국 내 모든 등록된 증권거래소에 비트코인 ETF들의 상장을 승인한다”는 내용이었다. 여기에 “규제 프레임 속에서 디지털 자산 투자로의 효율적인 접근을 제공할 것”이라는 겐슬러 위원장의 그럴듯한 논평까지 포함됐었다.

SEC 엑스 계정에 이런 글이 올라오자 로이터통신과 러시아 스푸트니크통신 등 전 세계 언론이 “SEC가 비트코인 ETF를 승인했다”고 긴급뉴스로 타전했다. 그동안 미 금융 당국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결정을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발표한 전례가 없었지만 SEC 공식 계정 게시물이란 점을 신뢰한 매체들이 신속하게 보도한 것이다.

이에 미 가상화폐거래소 코인베이스가 축하 배너를 게시하는 등 가상화폐 업계는 잠시 환호했다.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개당 가격은 4만6000달러 중반에서 4만7900달러 선까지 3%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겐슬러 위원장과 SEC가 승인 사실을 부인하자 가격은 다시 4만4700달러 선으로 고점 대비 7% 가까이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현물 ETF 승인 기대에 지난해 10월 이후 급등세를 보이며 지금까지 2배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가상화폐 시장 참가자들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될 경우 기관투자가들이 유입되면서 시장 규모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규제 강화를 추구하는 미국 시민단체 ‘베터 마켓츠’의 데니스 켈러허 대표는 “이번 사건은 오랜 기간 있었던 시장 조작과 관련한 가장 끔찍한 범죄행위 중 하나”라며 “누군가는 매우 큰 불법적인 수익을 올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