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이어 현직 판사도 총선 출마 위해 사표

입력 2024-01-10 04:04

총선을 약 3개월 앞두고 현직 검사의 출마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다음달 법원 정기인사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사직 처리됐다. 오는 4월 총선 출마 준비를 위한 사직으로 알려졌다. 판검사들의 잇따른 정치 행보가 ‘사법의 정치화’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의정부지법 민사합의부 전상범(45·사법연수원 34기) 부장판사의 사표를 최근 수리하고 10일자로 퇴직 인사명령을 냈다. 전 부장판사는 이날 소속 법원 구성원들에게 퇴직 인사를 했다고 한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총선 출마를 위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통상 퇴직 의사를 밝힌 판사들을 2월 정기인사 때 일괄 사직 인사를 낸다. 정기인사를 한 달 이상 남겨놓고 개별적으로 인사를 내는 것은 이례적이다. 또 다른 부장판사는 “별도 인사를 내는 예외적 사유는 출마밖에 없다”며 “검찰도 총선 출마로 비판받고 있는데 이런 인사를 내는 게 외부에서 보기에 모양새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전 부장판사는 국민의힘 소속으로 출마를 준비 중이다. 심재현(52·30기) 광주지법 목포지원 부장판사도 11일자로 사직이 확정됐다. 법원에서는 심 부장판사도 출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공직선거법상 4월 총선에 출마하는 공직자는 선거 90일 전인 오는 11일까지 사퇴해야 한다. 다만 대법원의 이른바 ‘황운하 판례’에 따르면 기한 내 사직서를 냈다면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후보자 등록을 할 수 있다. 지난 2020년 총선 때도 현직 판사들의 출마 선언이 이어져 ‘사법의 정치화’ 우려가 제기됐다. 이수진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법원에 사표를 내고 민주당에 입당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도 공직자 사퇴 시한을 앞두고 법원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현직 검사 신분으로 총선 준비에 나서 논란이 일었던 김상민(45·35기) 대전고검 검사는 이날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국민의힘 예비후보 등록 절차를 마쳤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