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이를 주식 투자에 활용하려는 투자자들의 셈법이 분주하다. 유가가 하락하면 그동안 고유가 부담을 견뎌온 항공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수 있어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반면 고유가 시절 안정적인 정제 마진을 누려온 정유사들의 실적에는 불리하다. 증권가는 올해 1분기 항공주 주가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 운송’ 지수는 최근 한 달(8일 기준) 13.6% 상승했다. KRX 운송은 거래소가 대한항공과 한진칼,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등 항공사 등 운송 관련 기업 10개로 구성한 지수다. 항공사 매출원가에서 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20%가 넘어 유가에 민감하게 주가가 반응한다. 국제 유가가 이 기간 배럴당 60~70달러 선에 거래되면서 올해 실적 기대감이 커졌다.
지난해 10월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중동산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주들의 주가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시장에 배럴당 150달러까지 국제유가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심리가 급속히 악화한 탓이다.
하지만 예상이 빗나가면서 올겨울에는 항공사들이 역대급 이익을 달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차 안정화된 유가가 올해 1분기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수 있어서다. 여행 수요도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국제선 여객 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90% 수준으로 회복했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겨울방학 효과로 내달까지 이익 상승 가능성이 부각될 것”이라며 “올해 1분기는 항공주 주가 바닥을 노릴 시점”이라고 말했다. 항공 화물 운임도 지난해 8월 이후 꾸준히 상승세다. 블룸버그통신 데이터에 따르면 아시아에서 북미로 가는 화물 운임의 경우 최근 석 달 새 27% 상승했다. 다만 중국 노선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은 잠재 위험 요소로 지목됐다.
정유주 분위기는 정반대다. 이날 기준 주가 상승 요인보다 하락 요인이 더 많은 것으로 분석된다. 정유사들의 정제마진은 최근 낮아진 국제유가에도 불구하고 아직 견조하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신규 정제설비 건설 속도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다만 지난해 국제유가가 오른 이유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 산유국들의 공급 조절로 인한 영향이 커 언제든 수요 ‘피크아웃(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우려가 주가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두 곳에서 전쟁이 지속하고 있는 와중에도 국제유가가 지지부진하게 움직이고 있다”며 “정유주 주가 발목을 붙잡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